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ily Jul 07. 2024

퇴사후에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 특징 3가지

몇 년간의 회사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하는 동료가 하나도 없다면.

“언니는 회사 친구들이 왜 이렇게 많아?”
“흠.. 그러게?”

몇 달 전 내 결혼식이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던 동생이 물었다. 그동안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동생의 질문을 곱씹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회사 친구들이 많을까? 왜 그들과 여전히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그동안 이직을 많이 해서 재직 중  만났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아닐까? 근데 이직을 많이 했다고 회사 친구들이 많다는 결론을 내는 게 맞을까? 이직을 여러 번 해도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 할 텐데? 조금 더 들어가 내가 퇴사 후에도 여전히 연락하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러니 아래와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오늘은 ‘퇴사 후에도 연락하고 싶은 특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물론 각자의 생각과 취향이 달라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직장 동료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1. 신뢰감을 준다. (믿음직스럽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즐거운 날도 많지만, 그만큼 힘든 날도 많다. 힘든 날에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때 내 속마음을 털어놔도 될법한 ’믿음직한 ‘ 동료를 찾게 된다. 같이 업무를 하면서 내 일에 공감해 줄 수 있고 나의 고민을 진심으로 같이 느끼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동료. 보통 누군가에게 신뢰를 느끼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 동안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알아가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를 무의식적으로 탐색한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기 전부터 학창 시절 ‘믿을만한 친구’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기대하는 것은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고, 나를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 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며 점점 누군가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 또한 학창 시절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적도 있고, 이제 막 입사한 회사에서 친해진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속내를 드러냈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을 땐 내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그 사람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일정 기간 동안 내가 생각한 기준에 부합하면 그 사람을 신뢰하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누군가를 믿기까지의 시간이 이전보다 더 걸리는 만큼 믿게 되면 확실하게 그 사람은 내 바운더리에 포함시켰다.(나는 평소에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데 내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고 내가 가진 선에서 최선을 다해 그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 그렇게 내 바운더리에 들어온 회사 동료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물론 가끔은 내 바운더리에 포함됐던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달랐던 적도 있다. 그럴 땐 과감하게 내 바운더리에서, 내 인생에서 아웃시켰다.


2. 배울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전 글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나는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에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두고 자극받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갖고 있는데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은 장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퇴사 후에도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 내 동료들은 내가 보기에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실제로 동료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 업무적으로나 인성적으로나 모두 나에게 깨달음을 준 사람들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어려워하면 본인의 업무가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써서 나를 도와줬고, 업무를 하며 본인이 얻었던 꿀팁도 많이 나눠주곤 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총대 매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불의와 불합리를 참는 게 힘들었다. 학생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고 있으면 겁도 없이 그 자리에 가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첫 회사에서 막내가 선배들 컵을 다 닦아놓으라는 대표의 말에 ‘왜 막내가 선배 컵을 닦아놔야 하냐? 본인 컵은 본인이 닦는 게 맞는 것 같다.’ 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옮긴다고 성향이 달라지진 않으니 큰 회사에 가서도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했다.


팀장이 '너는 왜 야근 안 하니?'라고 물었을 때 '제 할 일을 다 끝냈다' 라고 답하자 '그럼 선배일을 도와라'고 해서 '여쭤보니 도울 게 없다더라' 하니 '그럼 앉아서 자기 계발이라도 해라'고 해서 '집에서 제가 알아서 한다‘고 답하고 퇴근했다. 다음날이 되자 팀장은 내게 프로젝트 여러 개를 주고 단기간 내 기획안 작성을 완료하라며 부당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 너무 어이없고 억울한데, 시킨 일이니 하긴 해야겠고... 그렇게 부들부들하며 새벽까지 일하고 있는데 동료가 다가와 말했다. '대리님 하는 말 다 맞는 말인데,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다하면 본인만 힘들어져요. 그냥 꺾여요. 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앞에서만 네네 해요. 그리고 티 나지 않게 대리님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요'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동안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머리를 세게 맞은 것같은 깨달음을 주는 조언이었다. 그때부터 그 대리님이 팀장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조언받은대로 따라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팀장과 나의 관계가 개선되고 내게 우호적이라는 느낌으로 변화했다. 이때 나는 '유연함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익히게 되었다. 이 사례는 여러 사례 중 하나지만, 실제로 내게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은 꽤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다.


3. 언젠가 또 같이 일을 하고 싶다.

세상에는 일 잘하는 사람이 많지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협업이 많은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많은 메이커, 스택홀더와 일하다 보니 비슷한 규모의 프로젝트라도 힘듦의 강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똑같은 스몰 사이즈 프로젝트를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사람들과 한다고 해도 어떤 데는 너무 힘들고, 또 어떤 데는 너무 수월해서 감동받기도 한다. 능력치도 좋은데 커뮤니케이션까지 뛰어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여 이런 분들을 만나면 나는 '오!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 x10000'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진다. 


그때부터 따로 시간을 내 밥이나 커피를 먹기도 하고, 퇴근 후 치맥을 먹기도 하며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당장은 창업 생각이 없지만 혹여나 나중에라도 창업을 하게 된다면 이들과 함께하면 너무 즐거울 것 같다는 기대감에 설레이기도 했다. 그렇게 실력있는 동료들과 일하는 내내 나는 큰 즐거움을 느꼈다. 

또, 이들이 현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이직을 생각하거나, 누군가가 ‘주변에 아는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 추천해 줄 사람 없어?’라고 물으면 적극적으로 이들을 추천해주기도 할 정도로 그들의 실력과 인성을 믿었다.


가끔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밸런스게임 질문을 받는데 보통 이런 질문이다.

‘일을 진짜 못하는데 인성은 너무 좋아. 그래서 너랑 친해. 그럼 추천해? 안해?’

위 질문을 받으면 난 항상 똑같이 말한다. ‘일을 진짜 못하는 사람’이랑 나는 친해질 수 없어.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본인이 해야하는 1인분도 제대로 못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잖아. 분명 나에게도 피해가 올 거야. 그럼 나는 공적으로 싫어하기 시작하다가 결국 사적으로도 싫어하게 되더라고.


워낙 성격도 확실하고 호불호도 강한 탓에 내 주변엔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동료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언젠가 다시 같이 일하고 싶은’ 훌륭한 동료들이다.


마치며...

이 글을 쓰며 ‘나는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일까?’ ‘어떤 동료일까?‘ ‘위 특징을 모두 가진 동료일까?’ 등의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신뢰감을 주고, 배움을 줄 수 있고, 언젠가 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일하더라도 그 순간 ‘업무와 동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 후 일주일, 퇴사하겠다고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