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실도 있더이다.....
우리 반에서 일어난 일들 중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친구 때리지 않기
교실에 너무도 폭력이 만연해 있었는데 특히 남학생들 간의 폭력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폭력을 통해 아이들 간에 서열이 정해지고 그 서열에 의해 자신이 당한 폭력을 자기보다 약한 친구에게 풀어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맞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었다. 욕을 하거나 속칭 찐따 짓을 하거나 자신에게 반항하거나 놀리는 아이는 마구 때렸다. 때론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 기분대로 친구를 때리기도 했다. 맞고 억울해하던 아이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교사에 대한 반항이나 수업 방해, 괴성 지르기와 물건 부수기 등의 방법으로 풀고 있었으며, 특히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여학생이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부모님께 말씀드리거나 학폭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폭력의 일상화’ 상태였고 여학생들은 너무나 기가 죽어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2) 욕하지 않기
신체적 폭력 못지않게 언어폭력도 심각했는데, 특히 온갖 심한 욕설이 일상화되어 아무 감정이나 필요 없이 욕설을 마구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감탄사처럼 튀어나오는 욕설에 모두 둔감해져서 욕을 섞지 않고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3) 수업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기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40분 수업시간 동안 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말없이 나가 돌아다니다 들어오는 일도 있고 교실을 이리저리 다니거나 다른 친구 자리에 가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 놀고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4) 지각하지 않기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제시간에 학교에 보내는 가정이 드물고 아이들도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과 수업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이미 등교 시간에 늦었는데도 학교 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 먹고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큰 소리로 교실 문을 열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질서와 규칙은 실종되었다.
(5) 위험한 물건 사용하지 않기
Y는 커터칼과 가위, 막대기 등을 항상 책상 속에 넣어놓고 있다가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바로 쫒아 가 무기를 겨누고 “대가*를 찍어버린다”라고 하며 위협한다. K는 송곳이나 굵은 철사 등을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먹을 것이 있으면 뺏어 먹고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초등학교 교실의 풍경이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런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나대거나 잘못하면 맞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가장 걱정되고 시급한 문제라 여겨진다. 힘이 약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통이나 책상 속에 커터칼과 가위를 가지고 다니고 심지어 칼날이 없는 커터칼이라도 손에 쥐고 드르륵 거리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6) 어른에게 대들고 반항하지 않기
학생들이 자기의 행동을 제어하려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어른에게는 가차 없이 반항과 거친 말과 행동을 쏟아냈다. 1학기 담임이었던 기간제 교사도 아이들에게 욕을 듣고 여러 번 울었고 결국 사직했으며, 8월 마지막 주 임시 담임을 맡았던 기간제 교사는 임시 담임 후 과학 전담을 하기로 하였으나 5일간 우리 반 학생들과 생활하더니 바로 사직하였다. 1학기 국악 예체능 강사도 1년 계약이었으나 1학기만 수업하고 사직하였고, 2학기에 새로 온 국악강사는 첫 수업 후 멘붕 상태이더니 2회 수업한 후 사직하였다. 아이들은 “우리가 또 한 명 보냈다!”라고 하며 “선생님도 힘들면 떠나세요!”라고 하였다.
또한 친구들의 부모까지도 심하게 욕하는 속칭 ‘패드립’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교내에서 마주친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를 했을 때 받아들이기는커녕 매우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며 반항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른에 대한 존중이나 존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