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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사람 Jan 14. 2021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과 관계 맺기 3

엉킨 실타래를 풀어 볼까....

   아동을 문제행동 상황으로 유도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그들이 속해 있는 가족에 있다(김준호, 1993, 한국 청소년개발원)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마음속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인정이란 것을 가르치기는 불가능하다. 말로 애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사랑이 생겨나는 게 아니다. 따뜻함과 진실함, 공감 능력을 가르치는 진정한 학교는 가정이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인간애의 진정한 시험대이다. (함영기, 2019,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이 아이들이 왜 이러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명씩 관찰하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1.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아이 K

  K는 중도 입국 학생으로 또래 친구보다 두 살이 많다.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가족을 떠나고 아버지는 누나와 K를 데리고 중국으로 갔다. 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돌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숙사형 돌봄 시설에 아이를 맡겼고, 아이는 그곳이 너무 싫어 여러 번 탈출했다가 붙잡히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열 살쯤 한국에 왔으나 의사소통이 힘들어 1학년으로 입학했고 우리 학교에 6년째 다니고 있다. 키와 덩치는 큰데, 발음도 부정확하고 기본 학습능력이나 생활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아빠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네 살 많은 누나와 둘이 살고 있으며 지역아동센터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해결한다.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졸업앨범을 구입하지 못하고 아침에 학교에 와서 우유와 친구들의 간식을 뺏어 먹는 것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몸이 아프면 돈도 없을뿐더러 혼자 병원에 가는 것을 힘들어해서 보건실에서 주는 약으로 버티곤 한다. 급식시간에 남은 밥과 반찬을 많이 먹기 위해서 주로 급식당번을 자처해서 하고 있으며, 큰 키와 덩치에서 나오는 강한 힘으로 우리 반 서열 꼭대기에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엄마 사진조차 한 장 없는데,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가득하다. 나중에라도 엄마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튀어나온 ‘욕 해주고 싶고 죽이고 싶다’는 대답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방치와 학대와 외로움과 두려움을 홀로 견딘 아이였다. 한국에 돌아와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친구들 틈에서 언어를 익히랴 문화에 적응하랴 그리고 혼자 생활을 꾸려가랴 힘든 나날을 보내며 살아왔다. 아빠는 보호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방치했다. 학기 초에 송곳이나 굵은 쇠줄 등을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너무도 못마땅하고 정말 심각한 문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사정을 알고 나니 아이가 큰 사고 치지 않고 매일매일 학교에 나와 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몸이 아파 누워만 있기에 같이 병원에 가준 일, 힘들어서 저녁 먹으러 센터 가기 싫다기에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 사준 일, 나이가 많아 친구들 다 무료인 예방접종도 못 받아 지역 협동조합 병원을 이용해 주사를 맞게 한 일, 주말은 잘 지냈니? 밥은 먹었니? 관심 갖고 물어봐 준 게 전부인데 아이는 어느새 마음을 주고 날 의지하고 있었다. 6년 후에 돈 벌어서 갚겠다고 그때까지 전화번호 바꾸지 말라고 당부하는 아이의 마음이 짠하다.     


2. 눈치와 도망이 생존의 비결인 아이 Y

  Y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Y의 삼십 대 초반 젊은 아빠는 이웃집에서 새엄마들이나 여자 친구들과 함께 산다. 자신은 새엄마들이나 아빠의 여자 친구들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가끔 우연히 만나면 용돈을 주기 때문에 개꿀이라고 한다. 매우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떠난 아이의 엄마! 젊은 아들의 앞날을 위해 손자를 떠맡아 기르며 아이의 엄마를 원망하는 할머니를 통해 엄마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더해져 여성 혐오의 양상까지 보이는 아이였다. 한 번 화가 나면 그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갖 욕설과 폭력으로 화가 풀릴 때까지 상대를 두들겨 패는데 본인이 덩치가 작고 키도 작다 보니 힘만으로는 부족해 늘 가위나 커터칼, 몽둥이 등을 책상 속에 넣어놓고 활용한다. 인근 학교의 짱 들과 누나 형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데 유머 감각도 좋고 얼굴도 귀엽고 옷도 잘 입어 인기도 많다. 

  분노조절이 잘 안되다 보니 학교와 지역에서 크고 작은 사건에 늘 연루되는 일이 잦다. 1학기에 이웃 학교 여학생 따귀를 때려 학교폭력 사안으로 할머니가 학교에 오신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빠가 할머니 집에 건너와 아이를 훈육하는데 그 방법이 매우 폭력적이다. Y의 말에 의하면 아빠가 맘먹고 주먹을 한 번 휘두르면 그 파워가 너무 엄청나서 뼈도 못 추린다고 한다. 아이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사력을 다해 도망친다. 달리기 실력은 전교 1등이다. 항상 주변을 살피고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눈치를 본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에게만 분노를 폭발시킨다. 


3. 우리 가족도 행복할 수 있을까 걱정인 아이 S

 S는 5학년까지 매우 조용한 아이였다. 6학년이 되면서 매사에 화가 많이 나고 반항심이 커졌다. 가족 요인이 매우 큰 듯한데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한다. 운동장에서 친구의 바지를 내린 일로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엄마가 학교에 왔는데, 엄마도 가족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Wee센터 개인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에도 나는 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봤자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고만 한다. 교실에서는 펜치, 가위, 칼을 가지고 손에 잡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자르고 부수며 수업시간을 보냈다. 리코더, 바둑알 통, 매직펜 통 등 교실에 있는 공용의 물건도 가리지 않고 부수고 그 쓰레기를 바닥에 버린다. 매일 지각을 하고, 끊임없이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끼어들고 참견하다가 K나 Y에게 두들겨 맞고 큰 소리로 억울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책상과 문을 발로 찬다. 정작 K와 Y에게 반항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개인 상담 시간에 타로카드를 이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번에는  본인이 질문을 하고 카드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아이의 첫 번째 질문은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였다. 친구들이 S가 하는 특이한 행동들로 이 “이 관종 새끼야!”라고 욕을 하면 “그래, 나 관종이다, 관심받고 싶어 미치겠다.” 고 소리치던 모습이 오버랩되며 가슴이 아렸다. 중학교 배정을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왔는데 역시나 엄마와 누나만 등재되어 있었다. 엄마는 매일 12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온다.      


4. 욕과 패드립으로 나의 강함을 보여 줄 수밖에 없는 아이 M, D

  M은 몸무게가 80Kg에 육박하는 거구인데,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는다. 덩치는 큰데 싸움을 못 하니 놀리고 도망가기와 욕하기를 무기로 장착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는 욕은 모든 대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며, 모든 아이들이 인정하는 우리 반 원톱 욕쟁이다. 아이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눠보고 학부모와 상담을 해 보았는데 완전히 습관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안 하고 싶어도 저절로 욕이 나오는 아이, 욕을 하지 않고는 말하기나 대화하기가 불가능한 아이..... 언어 치료가 필요한 정도였다. 

  D는 M과 반대로 몹시 야위고 힘이 없는 아이다. 남자아이들 힘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고 아이들 표현에 의하면 늘 몸이 약한척하며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엄살을 부리고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낸다고 한다. 이런 행동들이 아이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렇게 받은 화풀이와 폭력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D가 선택한 것은 패드립(부모님에 대한 욕)이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패드립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완전히 습관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패드립이 튀어나온다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안쓰럽다.     


5. 간식과 애착 물건이 없으면 불안한 아이 I

  I의 가방 속에는 온갖 종류의 간식이 들어있다. 아침부터 집에 가는 시간까지 계속 무언가를 먹는다. 공부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먹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 쓰레기를 주변에 마구 버린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허락도 받지 않고 I의 가방을 뒤져 먹을 것을 꺼내 가고 그러면 바로 싸움이 일어나 욕을 하며 싸운다. 아이와의 상담 과정에서 부모님 모두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며 아이는 방과 후에 집에서 게임하고 놀다가 태권도 학원에 가서 저녁 8시쯤 집에 온다고 한다. 아침도 저녁도 혼자서 해결하는데 그 때문에 엄마가 집에 먹을 것을 박스째 많이 사다 놓는다고 한다. 늘 오렌지 모양의 방석을 끌어안고 있는데 먹을 것을 빼앗고 싶은 친구들은 이 방석을 빼앗아 던져놓고 I가 방석을 찾으러 간 사이에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 간다. I는 배가 고픈 걸까, 마음이 허전한 걸까.....     


6. 난 한국말도 어려워!! W

W의 부모님은 새터민(북한이탈주민)이다. 중국에서 거주 중에 W를 낳았고, W에게는 중국어가 모국어다. 2년 전에 한국에 와서 생활하는 중인데 학교 인근 새터민 자녀를 위한 기숙사에서 형과 함께 생활하고 엄마는 성남에서 일을 하며, 아버지는 중국에 있다. 주말마다 엄마 집에 가서 지내다가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온다. 심성이 곱고 착하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로 인해 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한국어 강사(디딤돌 강사)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W에게는 수업이 너무 어렵다. 미술, 체육 시간만이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그래도 늘 바르게 앉아 있고 수업을 방해하지 않아 너무 고마웠다.      


7. 모범생 콤플렉스로 힘든 아이 G

 G에게는 엄마가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형과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산다. G는 마음이 여리고 심성이 착하며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적인 학생이다. 나를 위해 고생하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강박이 G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에 대한 불만을 늘 중얼거리고 아이들의 잘못을 혼잣말로 비난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교사에게만 들리게 비난한다. 저학년처럼 이르지는 못하겠고 아이들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겠고 본인이 찾은 대안으로 보인다. 자신에게는 불편한 일이 너무 많은데 친구들이 배려해 주지 않으니 늘 학교생활이 힘들다. 그러다 집단상담과 개인상담 시간을 통해 응어리진 마음들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상담시간이 너무 힘들다는 고백을 한다. G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키도 얼른 컸으면 좋겠다.     


8. 억울한 일이 너무 많아 참아보려고 애쓰지만 결국 터져버리는 J

 J의 아버지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J와 그의 동생을 낳았다. 중국인인 J의 어머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데, J의 아버지는 지방으로 다니며 공사를 하는 까닭에 J가 동생 병원도 데려가야 하는 등 가장의 역할을 한다. J의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폭력 건으로 학교를 방문했던 일화) 집에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이 맞는데 특히 동생을 잘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혼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 다툼이나 갈등이 생겨 본인이 억울하고 화가 나면 의자를 들어 던지려는 행동을 자주 보이며, 강한 척 따지다가 눈물이 터지는 상황도 종종 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면 합리적으로 대화가 잘 되는데 감정이 터질 때 제어가 힘들다. 엄마도 아빠도 마음을 읽어주는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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