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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Apr 11. 2018

몬태나:'미국의 탄생' 그 당연한 문장에 숨겨진 부사.




                                             


영화의 호흡은 느리지만 묵직하다. 시대의 공기를 재현하듯 빠르지 않지만 무게있는 시대상을 담는다. 영화를 보면서 숙연해지는 것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선조들의 땅에 서 있기 때문이다. 몬태나로 향하는 길은 이해의 길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미화된 결말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파괴된 가족이 다시 새로운 가족으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가 담는 것은 단순히 '미국이 탄생되었다'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어떻게다. 카메라는 문장 속 숨겨진 그 부사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영화에는 누군가를 심판하는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학살과 살인이 자행했던 인물들이 뒤엉킨 감정과 감정이 만든 행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드넓은 대륙을 찾아온 이방인, 구원받을 수 없는 살육, 물고 물리는 복수와 트라우마, 그 땅에 묻힌 사람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과 다양한 가치는 혼재되어 새로운 결말을 만든다.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은 간격이 줄어든다. 그 중심에는 블로커 대위, 크리스찬 베일이 있다. 그의 묵직한 하관과 눈빛, 경직된 몸동작은 시대 그 자체다. 20년 이상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원주민과 수많은 전투를 벌였던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옐로우 호크 추장을 고향 몬테타로 이송하는 일이다. 그 길은 추장 가족이 고향으로 되돌아 가는 길이자, 동시에 살육의 현장을 봉합하는 시대와 개인의 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몬테나로 가는 동안 대위 무리는 총 3번의 전투를 벌인다. 게릴라처럼 살아가는 원주민 무리, 신대륙에서 돈 벌이하는 모피 장수들, 새로운 땅을 접수한 서양인들. 종족과 피부색이 피아식별이 된지 오래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오직 이익과 복수만이 적군과 아군을 구분한다. 무리를 지켜가면서 옐로우 호크 추장과 블로커 대위는 서로 가까워 진다. 하지만 결코 실익이 그들을 봉합하는 것은 아니다. 날것의 아픔을 서로 반추했을 떄 그들은 진정으로 한 몸이 된다. 파괴된 가정으로 시작한 영화는, 새롭게 탄생한 가족을 열차에 태워 프레임 밖으로 떠내 보낸다. 그 사이 수많은 희생이 땅에 묻히고 서린다. 용서받을 수 없는 침략의 원죄는 결코 잊혀질 수 없다. 그로인해 만들어진 복수의 살육 역시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은 출발해야 한다. 블로커 대위, 퀘이드 부인, 리틀베어가 기차는 떠난지 오래지만, 그 사실은 깜깜하게 잊은 채 아메리카 대륙에는 '거칠고, 외롭고, 살인자적인 미국의 정신'만이 서려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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