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가?"
꿀 빠는 직장인의 한계
내 일의 장점은 다양한 조직과 직무 이야기를 깊게 들을 수 있다는 것. 엊그제 찾아오신 분은 방산 업체에서 일하고 계셨는데,
• 경영진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듯. 박정희 시절(!) 딴 라이센스로 진입 장벽 아직까지 탄탄하고
• 공급의 50%는 군이 사간다. 확실한 매출처, 재고 남지 않고 이 회사의 영역은 독점. 짱.
• 요즘 전쟁통에 중동 & 미국 무기 수요가 많아 실적 개선세 뚜렷. 실제로 이 회사 주가는 최근 6개월 이내 2배 가까이 슈팅.
• 구성원 입장에서는, 왠만하면 정년퇴직 가능 (팀장이 50대 중반, 임원은 60대. 이런 회사 흔치않다) 워라밸 깔끔하며 회사가 돈을 잘버니 연봉 수준도 괜찮다. 예전에는 젊은 직원들이 답답하다며 나갔는데 최근에는 별로 안나간다고.
• 그런데 문제는,
1) 정년퇴직 가능한 회사 = 늙은 조직, 자리 싸움, 정치 싸움.
2) 회사 내 소문, 레퓨테이션에 연연하게 됨 = 시장 변화보다 회사 내부 세상만 보며 살게 될 확률 높아짐, 우물 안 개구리
3) 진입 장벽 탄탄 = 경쟁 없으니 도전도 시도도 딱히 치열할 필요없음
4) 개인 역량과 상관없이 가만 있어도 장사가 잘 됨 = 당장은 꿀 빨고 좋은 것 같지만, 나 아닌 누구라도 갈아 끼워짐
5) 결과적으로, 경영진 입장에서는 왔다 짱이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내 경쟁력이라고 할만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옅어지다 없어지게 될 것.
• 현실적으로, 이런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뇌를 좀 내려놓고 다니면서 칼퇴하고 재테크하고 내 삶을 찾기에 좋은 조건이다. 사람이 늘 성장 생각하면서 바쁘게 살아도 말라죽고, 요즘 시대의 명언 같은 ‘조금 일하고 많이 벌기'의 표상 같은 곳이므로.
•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나요?”
그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내가 드린 질문. 주변 분들은 그를 괴롭히는 임원 나갈때까지 참고 버티라, 나이도 많은데 언제까지 다니겠냐 했다는데, 그가 언제 나갈지 & 그가 나가고 누가 올지 등등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
워라밸, 임원의 총애와 미움 등등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조건들 말고 ‘나'는 여기서 무엇을 취할 것인가 & 내 커리어에 대한 결정을 내가 할 수 있는가.
• “장기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이어서 드린 다음 질문.
이 회사에서의 승진이나 이직 등 당장 눈 앞의 이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막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자신의 커리어 목표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 진출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에 기여하고 싶다 했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스토리가 많아야 할 것. 한 회사에서만 누군가 시키는 일을 안정적으로 오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딱히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시절이 시절이니 당분간은 몸사리고 있더라도 이 시간이 길어지면, 그 뒤는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 안정적인 직장이 미래의 나에게도 안정적이라 확언할 수 없고,
기회는 언젠가 그냥 오지 않는다, 내가 뭐라도 하고 있어야 오는 것.
• 어쨋든 중요한 것은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칼자루를 쥐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