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Ensemble. 정형석 감독. 2019.
영화 <앙상블> 첫 장면 첫 대사일 거다. 술에 취한 영로(김승수)가 세영(서윤아)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이렇게 묻는다.
너느은? 내가아? 왜좋냐?
세상에. 이렇게 찌질할 수가?! 싶지만 사실 나도 종종 묻고 싶을 때가 있었다. 너는 내가 왜 좋아?
물론 먼저 물어본 적은 없다. 설명을 들은들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왜 사랑받는지 모르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진심을 수없이 들은들 납득할까. 문제는 본인에게 있는데.
약간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나는 많이 받아봤다.
너는 걔가 왜 좋냐?
나는 지겹도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사랑이 사랑임을 증명해야 했다. 끝나지 않을 의문으로부터 자유가 된 건, 애써 설명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나의 사랑에 의문을 갖는 이들에게 진심을 수없이 내 보인들 그들이 납득할까. 문제는 그들에게 있는데.
그럼에도 습관은 남아, 아무도 묻지 않아도 나는 종종 사랑하는 나의 사람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곤 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곱씹으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다. 언젠가,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쓴다면 이 문장은 꼭 써먹어야지 싶었다.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다
유레카-! 그 사람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타인으로부터 스스로의 선입관으로부터 나의 사랑을 지키느라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져 봤다. 사람들이,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또는 사랑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데 힘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을 선택한 이유 한 문장이면 된다. 그 문장만 만들어내면 좌, 우, 뒤돌아볼 것 없이 직진하는 거다.
영화 <앙상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세영처럼. 여러분은 단 한 문장을 찾았는가?
우린 케미가 좋아. ‘앙상블’
영화 <앙상블>로 돌아와서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다. 6명의 배우가 연기하니 6인 6색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결국 같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겁내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겁내느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전자는 모두 여자 캐릭터이고 후자는 모두 남자 캐릭터이지만, 관객 입장에서 남녀를 나눌 필욘 없다. 다들 어느 사랑에서는 전자에 어느 사랑에서는 후자에 속했던 경험이 있을 테니. 각자의 경험을 반추하면 모든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보면 좋을
11월.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다. 긴장을 풀고 가만히 바람 부는 소리를 듣고 싶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올해도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살이에 지쳐 삶의 온기가 필요하다면, 인간에 대한 긍정과 애정을 느끼고 싶다면, 바쁘게 사느라 놓치고 살았던 감정을 되찾고 싶다면, 영화 <앙상블>을 추천한다.
특히 올해 코로나 19로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잔잔히 울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정보는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