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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Oct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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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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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기하게 어르신들이랑 잘 맞습니다.

외할머니 손에 자라서 그런지 어르신들을 대하는 게 어색하지 않고 종종 좋은 인연이 닿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다니고 있는 봉사지에도 어르신 분들이 많이 오시는 데 그곳에 가도 돌아가신 저희 외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생각해 보니까 할머니가 60대 초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더라고요, 좀 더 건강하셨다면 더 오래 사셔서 

좋은 곳 맛있는 것 같이 먹으러 다니며 더 행복하게 지내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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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젊은 부모들도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들 많이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부모가 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한 아이를 키우기에는 부모가 배워나가야 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어째서 자식의 자식인 손주 손녀들에게도 크나 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와 함께 할머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텐데 저까지 키워주신 것 보면 정말 대단하고, 지나왔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과연 부모가 되고, 자식의 자식까지 따스하게 품을 수 있는 좋은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도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할머니께 받았던 보살핌과 사랑만큼 저는 손주 손녀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도 생각이 듭니다.


어떤 할머니들은 종종 너무 따스하고 다정하십니다. 애틋하고 좋으신 걸까요?

서늘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할머니가 더 보고 싶어 집니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쓸쓸한 일이지만,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떠올릴 수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낯선 할머니와도 종종 좋은 인연이 생기는 이유도 제가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왜인지 할머니를 보면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서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싶더라고요. 제가 평소에는 누군가에게 아이처럼 굴고 마음을 쉽게 여는 타입은 아니지만 할머니들껜 좀 다른 것 같아요. 그것도 아마, 마음 한편에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이겠죠?


사랑받았다는 기억이, 또다시 사랑하고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사람을 살아가게 하나 봅니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발견하고 받아둬야 하나 봐요. 늘 사랑은 거기 있는데, 자주 잊어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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