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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Oct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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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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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차례 오고 난 후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창문을 열어둔 커튼사이로 차가운 겨울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좋습니다.

따듯한 이불밖으로 스미는 차가운 공기는 포근하고 혹독한 추운 겨울도 날 수 있을 것 같은 안정감을 주는 기분입니다.


여러분은 소울 푸드가 있으신가요?

저희 지역에는 오래된 지역 맛집이 있는데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줄 서서 기다려서 먹는 순댓국 집이 있습니다. 제가 원래 무언가 기다려서 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곳에 가면 줄 설 생각을 하고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서 기다렸다 가라도 꼭 먹고 와요.

오늘도 차가운 날씨에 순댓국이 생각나서 들러서 먹고 왔습니다.

뽀얀 국물에 빨간 다진 양념을 넣고 따로 간을 맞추는 양념장을 적절하게 넣고,

순대는 따로 빼놓았다가 조금 식혀서 먹고 국물이랑 부속고기부터 맛을 봅니다.

짭짤하고 따듯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이 일품이에요. 전날 술을 좀 마신날이면 정신없이 먹다가

입천장이 데이는 날도 많답니다. 순대도 일반 당면순대가 아니라 피순대라서 다른 순댓국집과는 차별화된 아주아주 맛집입니다. 따듯한 순댓국 한 그릇을 먹고 나오는데 속이 따스해지니,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계절에 저의 소울푸드는 순댓국인가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먹으면 속이 아주 든든해지고, 따듯해지는 그런 음식,

어릴 때 저의 소울푸드는 할머니가 끓여주신 콩나물 김칫국이었습니다.

할머니가 항상 다양한 김치를 담가서 드셨는데 푹 익은 김장김치를 푸짐하게 넣고 미원을 듬뿍 넣은 콩나물 김칫국은 얼큰하면서도 감칠맛이 돌면서 자꾸만 찾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그 맛이 그리워서, 콩나물 김칫국을 끓여먹고는 합니다.  그럼 속이 따스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할머니는 여기 없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그때를 기억하게 만드는 소울푸드는 잠시 추억여행을 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것은 따스한 말과 따스한 사람을 만나는 일,

그리고 차가워진 계절에 몸을 따스하게 해 주는 것은 이런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것들이 날 만들고 매일 채우니까, 잘 자주 좋아하는것들을 곁에 두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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