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커밍제인 Oct 20. 2024

LIFE

"찰나의 순 간"







-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는 종종 찰나의 순간에 발견하곤 합니다.

그 순간은 너무나도 벅차고 반짝여서, 며칠간 여운이 가시질 않아요.


예전에는 제가 부유한 사람이 되고 싶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생 때부터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자기 계발서는 이미정 해진 규칙이 아주 많고, 딱딱한 문체를 많이 써써, 어느덧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 내 안에 쌓여온 독서의 딱딱한 문체들이 삶이 묻어 나오는데 저는 그게 잘 맞지 않더라고요.


어깨도 자주뭉치고 숨이 막혔습니다. 나는 물처럼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표현하고 사랑을 말할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인데, 그런 찰나를 많이 잊고 지낸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는 데 삶은 그냥 숨 쉬어온 모든 날이 아니라, 숨이 막힐 듯한 순간들의 총합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서 나는 단순히 부유한 사람, 성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무언가 실패하면 회복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 걸렸고, 자빠져서 다시 일어나기까지가 너무 힘든 거예요. 두려웠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이유를 모를까 봐 정말 정말 무서웠어요.


그런데요, 제가 아주 오랜만에 그런 찰나의 순간을 발견하고 왔습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이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가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듯이 동그란 눈을 하고 쫓아다니는 거예요, 비둘기를 보고 와 아아아 아 하면서 쫓아가는데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잊고 있던 저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뭇잎"이라고 말하는 발음마저 아직 발음하기 어려운 아이는 정말 호기심이 많더라고요.

그러다가 사다리처럼 생긴 곳을 아장아장 기어서 올라가는 거예요, 아슬아슬하고 아찔한데 씩씩하게 올라가는 걸 보고 엉덩이를 손으로 받쳐주니 씩씩하게 올라가니까 주변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한마음으로 안도의 한숨과 박수를 쳤습니다. 아이도 "우와아아아" 하면서 기뻐하더라고요.


그러고는 또다시 내려오려는 거예요, 다리에 아직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간 아이가 스르르륵 미끄러지려고 하니 아찔한데 아이는 겁내하는 기색 하나 없이, 내려오길래 받아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양팔을 벌리고 받치고 있었는데 꺄르르륵 웃으면서 품에 폭 찐하게 안기는데, 너무나도 사랑스럽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찰나의 순간" 이었습니다. 뭉클하다는 게 이런 걸까요?

아이가 품에 들어오는 그 찰나의 순간이 너무나도 따스했고, 행복이 뭘까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현명하고, 많이 아는 사람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의심하곤 하잖아요.

발이 제대로 닿지도 않는 곳을 올라가면서도 겁내거나 의심하지 않는 그런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겠죠? 아마도, 어쩌면 그런 순간을 사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 치의 의심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떨어지는 그 순간이 낭떠러지가 아니라

따스한 품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LIK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