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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커밍제인 Nov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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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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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헤드폰을 구입했습니다.

추워지는 겨울에 귀가 시려서도 있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도 있지만

종종 음악을 켜지 않고 쓰고 다니면, 왜인지 듣기 싫은 소음들을 차단해 주는 기분입니다.

어느 세부턴가 고요한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고요는 바람의 소리, 새벽녘의 눈이 소복이 내리는 소리, 그리고 시끄럽 던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 주어서 고요한 시간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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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창가에 바로 보이는 풍경이 작은 사찰입니다. 처음엔 숲이 보이는 곳에 와서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종교인이 아닌데도 창가에 보이는 그 풍경을 보는 일이 참 좋아졌습니다.

잠시나마, 세상에서 떨어져 고요를 누릴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무언가 바삐 하는 걸 좋아하지만, 요즘엔 요가하는 시간이랑 고요하게 창가를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번 이사하기 전에 청소하면서 느낀 건데, 그때그때 감정적인 허기로 인해서 필요 없는데 사들인 물건들이 참 많다고 느꼈거든요. 요즘 들어서는 SNS 를하면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말을 보고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휴대폰을 좀 멀리하고 지내보자,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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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바람의 소리를 느낄 수 있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잔여물들이 가라앉아 맑아진 물처럼, 내면이 차분해지는 기분입니다. 어쩌면 그동안은, 무언가 잊기 위해서 억지로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읽고 먹고 그러면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고요를 오롯이 느끼고, 이것이 좋고 기쁘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 채워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워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어쩌면 비어있는 이 순간을 오롯이 바라보는 시간이 사람에게는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 즐거움과 도파민과 쾌락적인 것을 쫒다 보면 삶에 고통이 더욱더 많아지지만, 고요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런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드니까요,


삶을 통제한다는 건, 힘주고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고 고요한 시간과 공간을 스스로에게 필요한 가치들로 채워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요가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건, 아마도 그동안 애쓰고 지쳐있던 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고 

건강해지는 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시끌벅적한 세상 안에서, 오롯이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오직, 고요한 이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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