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위에 누운 아이

무기력이 모스의 이야기

by 시더로즈






감정의 정원 가장 아래쪽,

빛이 천천히 내려오는 곳에

조용하고 습한 이끼의 정원이 있다.


그곳엔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고,

시간마저 천천히 느리게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존재만으로 괜찮은 곳.


그리고 그 이끼 위에는

언제나 조용히 웅크린 정령이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모스.

무기력을 돌보는 아이.


모스는 말이 없다.

느리게 숨 쉬고,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느리게 하루를 보낸다.

그 조용한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쉼,

누군가에게는 멈춤,

누군가에게는 생존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모스의 정원에 지쳐 보이는 아이가 들어왔다.

몸은 무거웠고, 눈은 초점을 잃었고,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힘겹게 말했다.


모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옆에 누웠다.

말 없이, 평가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잠시 후,

아이는 이끼 위에 천천히 몸을 눕혔다.

모스와 같은 자세로, 같은 속도로,

그저 숨을 쉬었다.


그 날, 그곳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어깨는 처음 이곳이 왔을때보다

편안하고 좋아보였다.



모스는 말한다.

“괜찮아. 지금은 그냥 있어도 돼.”

그 한마디는

무엇을 하라는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허락,

버티고 있는 나를 비난하지 않는 침묵,

멈춰있는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


그게 바로,

모스가 주는 무기력의 위로다.



다음 날, 아이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정원의 입구에

작은 꽃 하나를 놓고 갔다.



그건 마치,

자신도 모르게 받은 무언가에 대한

작은 ‘고맙습니다’ 같았다.



무기력은 나쁜 게 아니야.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비난하기보다,

그저 가만히 숨 쉬는 하루를 허락해주는 것이 필요할 뿐.


그리고,

그런 하루를 가만히 받아주는

정령 하나쯤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감정 루틴 한 줄]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나요?

그렇다면 잘하셨어요.

그 하루는, 모스와 함께한 쉼의 날이에요.



[감정 편지 한 줄]

“괜찮아. 지금은 그냥 있어도 돼.”

– 무기력이 모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