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즘 고민시 배우가 활약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에서 처음 보고, 상당히 영리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연기는 물론 잘 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고민시 배우가 출연해서 관심을 갖고 봤는데,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전개나 서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8부작은 좀 늘어지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압축해서 4회 정도로 했다면, 속도감 있고, 몰입감도 더 있었을 걸로 여겨진다.
유성아(고민시 배우)는 싸이코패스 살인마로 등장한다. 모든 싸이코패스가 살인을 하지 않지만, 살인을 한 싸이코패스는 딱 한 명만 죽이지는 않는다. 즉, 살인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게 된다. 물론, 살인의 간격이 아주 오래 시간 간격을 두는 경우도 미국에서 실재 사례로 알려졌으나, 연쇄 살인이나, 한 번 살인한 싸이코패스는 살인 충동을 참지 못하는 걸로 알려졌다.
유성아는 싸이코패스의 기질을 유감 없이 드러낸다. 유성아가 저지른 첫번째 살인이 아이라는 점, 살인 과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참혹하다는 점, 이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는 점 등이 전형적 싸이코패스다. 유성아가 저지른 첫번째 살인은,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어린이 납치 살해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걸로 보인다.
유성아가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걸로 보아, 그는 상류층이고, 살면서 어떤 어려움도 없는 인물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전시까지 하는 프로이면서, 모든 경제적 지원을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독립적이지 못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성아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행기까지 돌리고, 땅콩과 물컵을 집어 던지는 재벌2세를 떠올리며, 모든 사람을 멸시하고, 안하무인,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비사회적 인간으로 그려진다.
전영하(김윤석 배우)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 하며 시골에서 펜션을 하는 남성으로, 무색무취의 인간으로 보인다. 그가 펜션을 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나오지 않지만, 그가 유약하고, 결단성이 없으며, 옳고 그름, 선과 악, 정의로움 등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게 초반부터 드러난다.
유성아가 초반에 펜션에 등장하고, 그가 떠난 이후부터 온갖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고, 결국 딸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면서, 전영하는 자기의 잘못된 태도 때문에, 자기 삶은 물론, 주변 가까운 이웃들, 사랑하는 딸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고 후회한다.
우리 주변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전영하 같은 사람들이다. 윤석열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막연한 희망을 갖지만, 나라가 폭삭 망해가는 꼴을 보면서도 그게 자신이 잘못한 투표의 결과라는 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처럼, 전영하도 처음에는 자기의 우유부단하고 어리석은 판단으로 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이 'The Frog'인데, 누군가 던진 돌을 맞은 개구리는 돌 던진 사람을 원망해야 할까, 아니면 돌에 맞은 자신을 원망해야 할까를 두고 화두를 던진다.
전영하는 어느 쪽 개구리일까. 전영하에게 닥친 비극은 외부에서 왔지만, 그 자신이 더 키우고 만든 결과다. 사건이 뉴스에 나오면 펜션에 손님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전영하의 이기적 판단이 유성아의 살인을 도운 결과가 되고, 유성아는 그런 전영하의 심리를 읽고, 일 년 뒤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는 '참지 마라'다. 참아서 좋은 결과가 될 일이라면 참아야 하겠지만, 오로지 '나와 관계 없으니', '나만 편하면 되니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불의와 부정을 알면서도 눈 감고, 입 다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묻는다. 당신은 전영하 같은 사람이냐고. 그러다 전영하처럼 모든 걸 잃고, 참혹한 경험을 하고, 나락으로 떨어져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도 참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