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한국형 재난 영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폭발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이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비극이다.
우리는 구 러시아의 체르노빌이나 일본의 후쿠시마처럼 땅이 넓지도 않고, 피할 곳도 거의 없다.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최소한 몇 십만 명에서 몇 백만 명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 국가 인프라가 멈출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물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가 폭발하지 않고, 중국의 핵발전소가 폭발해도 문제의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동해 즉 우리의 서해와 마주보고 있는 지역에 중국의 핵발전소가 연달아 세워졌고, 이들 가운데 하나가 폭발하면 서풍을 타고 방사능 낙진과 방사능이 우리나라로 날아오게 된다.
핵마피아들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폭발을 보면서도 이 땅에 계속 핵발전소를 지으려고 시도하고, 또 대부분 성공하고 있다. 그들에게 사람의 생명 따위는 그저 소모품이거나 쥐새끼보다도 못한 것으로 치부된다.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으로 비참하게 죽어가거나 기형아를 낳거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오직 핵발전소를 짓고, 돈을 버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를 해체하고 대체에너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주장은 '순진하다'는 비웃음을 산다. 그래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모두 '순진'하고 멍청하게 된다. 핵발전소가 없으면 당장 '블랙아웃'이 될 거라고 공갈을 치는 자들은 그래서 무식하거나 핵발전론자들의 앞잡이들이다.
모든 사고의 수습은 가난한 노동자가 맡아야 한다. 이 영화에서도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용역업체의 가난한 노동자였다. 왜 사고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치고, 그 수습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해야 하는가. 그래서 전쟁이 나면 총구를 적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돌려야 한다는 '레닌'의 말씀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의로운 사회, 민주주의 사회라면 이런 말이 통하지 않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은 멍청하거나 병신같은 짓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돈과 권력을 쥔 쥐새끼같은 것들을 위해서 내 목숨을 내 놓으라고? 그건 한 마디로 좆까는 소리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과 같다. 핵발전소 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그것도 심각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특별히 무거운 죄로 처벌해야 한다.
해결방법도 없고, 책임도 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핵발전소'의 사고다. 체르노빌은 폭발한 핵발전소에 콘크리트를 씌우는 작업으로만 우리돈으로 2조원이 들어갔다. 그 전의 피해 수습에 들어간 돈과 사람들이 죽거나 방사능에 오염된 것, 생태계가 죽은 것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그렇다.
한국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고,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가 파괴, 붕괴될 확률이 높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오래 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핵마피아들의 결정은 악마의 결정이다. 그들은 마치 국민을 위한 척, '전기 공급의 안정성' 따위를 운운 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설레발에 다름 아님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하다.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자들이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런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핵발전소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민 모두와 생태계에도 이롭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 않지만, 돈벌이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니, 심지어 핵발전소가 '깨끗한 전기'와 '값싼 전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만일 실제 핵발전소가 폭발한다면 이 영화보다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영화는 낭만적이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피할 길이 없다. 우리는 단지 죽거나, 죽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