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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온 Nov 12. 2024

난 평생 닭다리를 양보했어!

T와 F, 공감에 대하여

난 F라서 공감을 잘해.


자칭 '공감 대가(大家)'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을 주장은 대략 이랬다. 난 F라서 공감을 잘해. 마음으로 다 느껴져.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에게는 공감받는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되려 '공감 대가 타이틀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공감해 달라는 말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들의 문장 앞에 F가 마치 훈장처럼 앞장서는 이유는 MBTI의 인기 때문일까.


공감 :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사고(T) - 감정 (F) :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결론에 도달하는가?

F 유형 특징 : 주관적 가치로 판단, 관계 중심, 마음으로 결정, 감성적, 상황에 대한 주관적 개입
T 유형 특징 : 논리적, 원칙, 옳고 그름, 분석, 상황에 대한 객관적 입장(분석)


T와 F는 상황을 어떻게 결정하고 결론에 이르는지에 대한 지표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상황에 대한 주관적 감정으로 결론에 이르는 F. 주관적 감정보다는 옳고 그름, 객관적 분석을 우선시하는 T. 얼핏 보면 그들의 "F니까 공감을 잘해"라는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찝찝한 마음의 촉감은 무엇일까.


<공감의 유형>
1) 정서적 공감(F) : 타인의 감정을 직접 느끼고 경험함.
2) 인지적 공감(T) :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함.

F 유형 우선순위 : 좋고 나쁨
T 유형 우선순위 : 옳고 그름


나는 날개를 좋아하는데
당신은 평생 닭다리만 줬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난 평생 닭다리를 양보했어!


이혼을 앞두고 함께 치킨을 먹는 노부부의 일화는 유명하다. 닭다리를 건네주는 남편에게 아내는 화내며 말한다. 나는 날개를 좋아하는데 당신은 평생 닭다리만 줬어. 남편은 대답한다. 닭다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야. 난 평생 닭다리를 양보했어!


1. 나는 주로 어떤 공감 유형을 좋아하나(사용하나)
2. 상대는 주로 어떤 공감 유형을 좋아하나(사용하나)


서로의 닭다리만을 건네주고 있는 T와 F.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네가 노력한 마음(의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네가 내 방식을 완벽히 채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결국 가장 완벽한 공감은 서로의 '네가'로 시작하는 문장이 만나 겹친 교집합, 이라는 모호한 말을 웅얼거려 본다. 너로 시작하는 마음과 머리. 그럼에도 투닥투닥-. 이내 애틋해지는 온기. 다시, 너로 시작하는 문장. 나는 그동안 '네가'로 시작하는 문장을 얼마나 써왔을까. 새삼 애정하는 이들의 얼굴들이 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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