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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 Dec 30. 2018

3. 관측결과(data)의 포학(tyranny)

그로부터의 탈출

 한동안, 대순진리회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겼다. 진리를 안다는 사람들이 진리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한 물음에 아무런 설명도 못하는 꼴을 보면, 누구나 그리 생각하지 않을까?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문득, 진리의 일상적 의미가 궁금해서 구글링해보니 아래와 같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법칙이나 사실


 수학적 지식이 떠올랐다. 앞선 글(0.물리에서 문학으로 링크: https://brunch.co.kr/@suk196/5)에서 다뤘듯, 물리학으로 대표되는 모든 과학분야는 현상을 잘 설명하는(반증되지 않고, 간명한) 해석을 채택하는데 반해, 흔히 말하듯, 수학은 학문으로서의 "순도(purity)가 높은", "관측결과(data)의 포학(tyranny)으로부터 벗어난( have escaped the tyranny of data)" 학문이기 때문이다(출처링크: https://sbseminar.wordpress.com/2008/06/14/what-is-purity/).

출처: https://xkcd.com/435/ (하지만, 물리를 더 좋아한다)


 현상에 기반을 둔 학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보고되는 기존의 해석을 벗어나는 관측에 무너지기 일쑤다. 빛의 이중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고전물리학의 한계를 양자역학의 도입으로 해결한 현대물리처럼. 하지만, 애초에 현상에 기반을 두지 않는 수학은, 시간이 지나도 보편타당성을 잃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의 사원소설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현대인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두세기 전의 인물인 피타고라스(582-497 B.C.)의 정리는 모두가 받아들이는 법칙인 것처럼.


 

4원소설은 연금술의 사상적 기초가 된 것으로 과학사에서 그 역할을 다 했지만, 피타고라스의 망령은 여전히 중고생을 괴롭힌다.


 수학의 특별함은 정의와 공리에 기반한 연역을 통해 지식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용어가 무엇인지 '선언'하는 정의와, 용어들 간의 관계를 설정할 뿐인 공리. 수학의 두 기반은 체계의 조건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틀릴 수 없다. 근대 수학에서, 유클리드의 제5공리를 만족하지 않는 체계를 발견했다는 점이 곧 유클리드 기하학의 오류나 폐기를 뜻하지 않는다. 둘은 서로 다른 조건으로부터 유도된 서로 다른 두 체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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