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판타스틱 하이스쿨(Everything sucks)
복도에 즐비한 캐비닛과 학생들.
다양한 방과 후 체육활동.
미국 드라마나 시트콤에 자주 등장하는 미국 고등학교 풍경이다. 화면에서도 느껴지는 미국의 자유로운 학교 모습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조금 다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을 듣고, 예체능 활동은 고등학생에게 사치다.
그러나 어느 나라 어느 환경의 10대든, 그들이 사춘기에 겪는 감정은 비슷한 듯하다. 1996년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스틱 하이스쿨(Everything sucks)>을 보고 든 생각이다.
보링(Boring) 고등학교 신입생 '루크'는 방송부 선배인 '케이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덕분에 루크의 학교 생활은 지루할 틈이 없다. 그의 사춘기에 느닷없이 찾아온 첫사랑이다.
반면 케이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루크의 고백에 응하긴 했지만, 그와의 데이트에 사랑의 감정이 일진 않는다. 그러던 중 케이트는 잘나가는 여자 연극부원 '에멀라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가 느낀 감정은 친구의 외모에 대한 단순한 동경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첫사랑과 불안한 정체성은 10대 사이에서 흔한 소재다. 이 외에도 가까운 친구 또는 내가 직접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부모의 이혼이나 왕따 같은.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판타스틱 하이스쿨>을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굉장히 이국적인 미국의 90년대 고등학교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둘째로, 드라마 속 미국 부모가 자녀의 사춘기를 다루는 방법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의 방식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겪어 온 것과 다르기 때문에 흥미롭다.
한글 제목인 '판타스틱 하이스쿨'에 담긴 반어적 표현은 원제 'Everything sucks'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아오, 정말 판.타.스.틱. 하네!
우리의 10대도 공부와 시험으로 판.타.스.틱. 했다. 동시에 그때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도 당연히 있었다. 미드 <판타스틱 하이스쿨>은 어른이 된 후 잊어버릴 뻔한, 그런 Fantastic 한 감정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