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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Apr 20. 2018

왜 멀리 가세요?..가깝고 알찬 '남산골한옥마을'

고즈넉한 한옥과 돌담,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 아이와 함께 봄날의 추억을 쌓기 딱 좋은 조합이죠.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은 '한옥마을'이 아닐까 싶네요. 한옥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전주'가 떠오르는데 서울과 수도권에선 마음을 먹는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기도 하고요. 요즘 관광객이 너~무 많아 사람에 쓸려 다닌다는 얘길 들었던 게 신경 쓰입니다.


멀리 가지 않으면서 한옥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남산골한옥마을'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번에 직접 가보기 전엔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다녀온 지금은 '가깝고 알찬, 아이와 봄날을 만끽하기 딱 좋은 곳'이라고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남산골한옥마을 입장은 무료이나 이왕 가는 거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저는 몇 가지 전통체험(유료)을 예약했습니다. 여러 체험 중 △활 만들기 △매사냥 △떡 만들기를 선택했는데요.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시간과 날짜를 지정한 후 현장에서 직접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아주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한옥마을만 둘러봤다면 조금 아쉬울뻔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이와 함께 하는 나들이는 주로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주차장 상태가 아주 중요하죠. 남산골한옥마을은 정문 앞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다만 주차장 규모가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주말 등 관람객이 붐비는 시간엔 주차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요일과 시간을 잘 선택해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평일 오후에 방문한 터라 다행히 주차할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주차비는 10분에 500원, 1시간에 3000원입니다. 3시간30분 조금 넘게 주차한 저는 1만1000원의 주차비를 냈습니다. 계산할 때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입장권이 무료라는 점, 서울시내 한복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주된 방문 목적은 전통체험이었기 때문에 입장하자마자 '전통가옥'으로 향했습니다. 전통가옥은 사진에 표시해 둔 것과 같이 정문에서 직진 후 왼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데요. 이곳에서 △한복입기 △테마한복 △문인체험 △전통향교실 △매사냥 △다례 △단소 △활 만들기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체험으로 뽑은 건 '매 사냥'입니다. 살아 있는 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게 신기했다고 하고요. 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어른인 저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매사냥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위풍당당한 참매의 모습인데요. 사람과 친해지는 연습을 한 지 1년 정도 된 매이기 때문에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다리가 줄에 묶여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의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매가 놀랄만한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고 해요!


그간 매사냥에 대해 무지했던 저는 매를 아예 인간의 삶에 적응시키는 것으로 알아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선 매가 천연기념물로 등재돼 있어 매사냥 무형문화재(응사)라고 해도 소유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에선 매가 사람과 친숙해져 공격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한 다음 1~2년이 지나면 다시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시치미'를 만들며 들었는데요. 시치미는 사진에서 보이는 매 꼬리의 중앙에 있는 하얀 깃털로 매사냥이 성행하던 옛날 매의 주인을 알기 위해 붙여 놓은 일종의 꼬리표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시치미 뗀다"라는 표현이 바로 매사냥에서 시작된 말인데요. 아래 사진을 참고해 주세요!

실제 시치미와 똑같은 재료로 만들 수는 없고요. 현대화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아이가 만들 때는 시시해 보였지만 완성하고 보니 독특하고 예쁘더군요. 딸랑딸랑 방울 소리도 듣기 좋고요.

이렇게 말이죠! ㅎㅎ 전 차 열쇠 고리로 쓰고 있는데 매의 시치미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흰색 깃털이 달려 있어 눈에 잘 띠고 방울소리가 나서 찾기 쉽습니다.


평일에 찾았더니 체험인원수가 많지 않아 매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 갈 생각이라면 평일에 가길 추천합니다. 사람이 많으면 매도 정신이 없고 선생님도 어수선해서 매를 만지는 것까지는 시도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황조롱이에게 밥을 주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황조롱이도 사냥을 매우 잘하는 매과의 조류인데요. 크기가 매보다 작아 아이가 너무 귀여워했습니다~!


매사냥 체험은 시치미 만들기(5000원)와 밥 주기(7000원)가 포함되는데요. 둘 중 하나만 체험해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매사냥 체험에 적합한 연령은 4세 이후가 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어리면 매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도 힘들 것 같아 체험비가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귀여운 황조롱이와 멋진 매를 뒤로하고 '활 만들기' 체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활 꾸미기' 체험이었는데요. (ㅎㅎ) 만들어진 활과 화살을 색깔 테이프를 이용해 꾸밉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만의 활과 화살'이라는 콘셉트 때문인지 아이가 상당히 집중하더군요.


이 체험 역시 4살 정도 돼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활을 꾸민 다음 직접 과녁에 쏴보는데요. 활 시위(줄)가 꽤 팽팽해 4살 미만의 아이들은 줄을 당기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활을 꾸미는데 30분, 활 쏘기만 20분, 이곳에서 한 시간은 족히 보낸 듯 합니다. 영상처럼 선생님이 특별 지도를 해주시는데,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신기하게도 모두 명중입니다!


저 때만 해도 전 '집에 가서 구석에 처박혀 있을 놀잇감 하나 더 늘겠구나..'했는데, 웬걸요. 아이가 아침 저녁으로 정말 열심히 쏘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활도 생기고 직접 꾸미기도 하고 활 쏘는 법도 배우는데 5000원, 아깝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떡도 만들었는데요. 저희 모녀가 간 날은 '화전'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떡의 종류는 매번 바뀐다고 하네요. 찹쌀에 호박(노란색)가루와 딸기(분홍)가루를 넣어 뜨거운 물을 붓고 치대면 이렇게 반죽이 만들어지는데요. 색이 참 곱죠?

그 후 프라이팬에 익히고요. '화전'이니까 꽃으로 꾸미는 걸로 마무리 합니다. 저 꽃은 복숭아 꽃이라고 하네요. 만든 떡 일부는 만든 즉시 먹을 수 있고요. 나머지는 플라스틱 통에 싸갈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떡 만들기 체험은 비용(1만원)에 비해 그리 만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재료값을 고려하더라도 조금 비싸다는 생각입니다. 또 아이는 집에서 요리 놀이를 많이 해서 그런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벌써부터 남산골한옥마을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때는 떡 만들기 체험을 빼고 다른 체험을 해 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산골한옥마을의 숨은 진주를 알려드릴게요. 국악당쪽 크라운해태홀에 있는 '달강카페'입니다. 체험을 모두 마친 후 혹은 체험과 체험 사이 시간이 빌 때 한번 찾아가 보세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차 한 잔 마시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내부도 아주 고즈넉합니다.

야외 정원도 넓어 아장아장 걷거나 막 뛰기 시작한 아이들과 가기에도 좋겠습니다. 다칠만한 위험한 것도 없고요. 돌쟁이를 데리고 바람쐬러 남산골한옥마을을 찾을 예정이라면 이곳이 육아로 지친 마음도 달래고, 아이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해당 기사는 관련 기관이나 업체로부터 어떠한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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