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모임 두 번째. 1코노미인의 서울 그리고 여행
02 주변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
퇴사준비생의 런던은 흥미로웠지만, 그중 어떤 내용은 국내 문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내 일, 내 사업을 하고 싶은 우리이기에 현실성도 중요하다. 각자가 알거나 겪은 재미있는 사례를 공유해보았다. 1년 전에 나눈 이야기였기 때문에 정리하면서 새로 보고 들은 것이 더 생겨 근질근질했다. 나누는 그 순간에도 꽤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보고 겪은 문화 공유는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좋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파티룸 대여
회사를 다니며 파티룸 대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여 5호점까지 확장했다. 별도의 관리자 없이 제공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갈 수 있어, 인력이 없어도 운영이 가능하다. 거창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해도 괜찮을 기분이 들었다.
컨셉사진
산격동 사진관. 이용해 본 업체가 산격동 사진관이지만 컨셉사진을 촬영하는 업체는 다양하다. 미리 컨셉을 고르고 예약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이 울어진다. 의상이 마련된 곳도 있다.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어색하지 않도록 혹은 촬영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구도를 제안한다. 현장에서 보정까지 마쳐 결과물을 바로 전달받는다. 동일 컨셉 사진을 검색하니 구도와 자세가 같아 특별한 느낌이 없을까 걱정되었지만, 찍은 후에 주변 반응이 좋았다. 내가 나온 독특한 사진이지 똑같은 컨셉 사진 중의 한 개로 인식되지는 않는 듯하다.
증명영상. 2019년 겨울에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방식은 다른 컨셉사진과 유사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3~6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촬영하는 형태였다.
증명사진
시현하다. 찍히는 사람에 맞춰 다른 배경 색으로 사진을 찍는다. 홈페이지의 가격 정책을 확인하면 칸으로 가격대가 나뉘어 있다. 아래칸은 이제 막 시작한 사진사가 찍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맨 위는 대표자가 촬영해서 가격대가 있는 식이다. 가방 같은 곳에 증명사진과 굿즈를 제공하는 등 패키지가 좋다. 공간이 예쁘다. 세트장 같은 인테리어에 시현하다에서 만든 디퓨저가 있으며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붙임성이 좋아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촬영 후에는 바로 옆에서 보정 과정을 보면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티 바
알디프. 국내 차 브랜드로 자체적으로 티 바를 운영한다. 계절별로 일 년에 4종류의 티 코스를 제공한다. 사전에 예약하여 시간에 맞춰 가면 컨셉을 반영한 이야기 흐름으로 티를 소개하며 제공한다. 이야기가 계속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시간을 함께 보내며 차를 즐기기보다는 나란히 앉아 공연을 보는 느낌이다.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양한 티를 접할 수 있다.
술을 연구하는 술집
학술적 연구소. 신설동에 있는 술을 연구하는 술집이다. 전통주와 막걸리만 다룬다. 전국의 양조장들을 사장님이 직접 찾아가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막걸리나 전통주가 많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개발한다. 술값은 높은 편이다. 공간은 새하얗고 세련된 느낌이라, 막걸릿집 하면 으레 떠오르는 느낌과 다르다. 젊은 감성으로 막걸리나 전통주를 마실 수 있다.
동네 커뮤니티
우트. 당근마켓이 사는 곳을 기반으로 물건을 거래한다면, 우트에서는 이웃과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나이나 직업, 성별을 밝히지 않고 사는 곳 인증만 받으며 지역 가입자가 50명이 넘어가면 오픈이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일상 공유나 번개를 하며 동네 친구를 누린다. 오늘 밤 식사 같이 하실 분? 차 한잔 하실 분? 나이와 성별 구별이 없으니 모이는 사람들이 다양하다. 경험한 친구 말로는 의외로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다고 한다.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편집부에서 제작한 인터뷰집. 주제에 맞춰서 대표들의 겪은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담겨 있다.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 독립 서점이나 빵집, 제주도의 가게 등을 다루었으며 처음 가게를 세울 때의 고충, 새로 얻은 즐거움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들어간 비용이나 기간과 같은 이야기가 솔직하게 들어가 있어 “내가 만약 시도해본다면?”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보고 싶은가? 그 낯선 곳에서 무엇을 보는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이전의 경험도 좋고 새로운 소망도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평생 못할 일도 아니다. 선을 하나씩 긋다 보면 완성되는 그림처럼 어느새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이에 도달해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과 나만이 존재한다. 오로라
캐나다 옐로나이프. 공기가 깨끗했고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머문 내내 오로라를 보았다. 색이 바뀌면서 춤추는 댄싱 오로라의 경우에는 그곳의 거주하는 사람도 감탄하는 광경이라고 한다. 운이 좋았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자연만 마주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하여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주를 경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매일 오로라를 보러 이동하고, 낮에는 먹거나 자거나 주변 산책을 한다. 집들이 돌 위에 있었다. 물가는 좋고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반면 노숙자나 마약 하는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어, 혼자 가보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름을 살펴본다. 미술관, 도서관
미술교육업에 있다 보니 그 나라에서만 갈 수 있는 미술관을 방문한다. 국립미술관은 꼭 챙겨간다. 국내에도 미술관이 많지만, 유럽의 미술관을 가면 유명한 명화나 작가들의 미술품을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작품이 다양하다. 유럽에 갈 때면 거리의 느낌, 색, 공간도 함께 본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오기도 하다.
더 스케치북 프로젝트라고 뉴욕에는 미술 작가의 드로잉 스케치만 모아놓은 도서관이 있다. 여러 가지 재료와 다양한 재질의 종이에 드로잉이 있다. 바로바로 꺼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슨 생각하고 살아? 과거와 현재의 삶
가기 전에 그 도시나 나라에 대한 역사책을 찾아보는 편이다. 그 동네의 역사를 알고 나면 동네가 훨씬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커피나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에게 잘 물어본다.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이나 주말에 하는 일 등.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으면 한국에서는 빠르게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산다. 이탈리아에서 '굳이 왜?’를 들었다. 대화를 해보니 성공의 개념이 다르다. 그렇게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런 것들을 듣는다.
의도된 공간, 도시
도시나 건축물을 언제 어떻게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뉴욕을 갔을 때는 너무 많이 걸어 발에 물집이 터졌다. 건축물이 재미있었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국내로 돌아온 다음에 유현진 교수의 도시 책을 접하게 되었다. 뉴욕이 걷기에 매우 친화적인 도시라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생긴 이후에, 산업화 이후에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보니 고층으로 구성되어있고 1층은 거의 상점이다. 사람들은 위에서 산다. 위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면 칸칸으로 도시가 끊어져있다. 한 블록당 1.2미터 이내의 짧은 거리를 가지고 있고, 그 블록이 지나면 새로운 경치가 나와서 걷는 것이 힘들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단다. 미리 알고 갔으면 좋았을 걸.
그곳의 분위기, 공간
최근에는 여행은 가지 않고 출장을 많이 갔다. 새로운 곳에 가면 분위기를 보게 된다. 이사를 하려고 하면 그 동네에 대해서 더 궁금해진다. 어떤 지역은 나와 맞고, 어떤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 무엇이 있고, 어떤 가족 단위를 가지고, 타고 다니는 것은 무엇인지에 따라 나와 호흡을 함께 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공간이 주는 감성적인 부분을 좋아한다. 만약 제주도를 가면 대자연, 감성적인 카페를 갈 것이다. 그런 것들. 공간을 찾아가는 편이다.
내가 머무는 그 순간, 여유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걸어 다닐만한 곳, 앉아서 쉴 카페, 그리고 그림 그릴 곳들은 찾는 편이다. 내가 서 있는 이 곳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곳에 내가 속하고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이 가는 일행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더 많은 것들을 볼 기회를 놓치게 되고, 나 또한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가게 되면 낯선 공기와 자극에 반응하느라 바빠 그림 그릴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3년 정도는 있고 싶다.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지만 계절을 3번 오갈 느낌이라면 여유롭게 앉아서 흔적을 남길 수 있을 듯하다.
02 주변에 무엇이 보이는가
킴은 2~3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계와 생각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빠르게 읽고 나눠야 했던 개념들이 혼란스러워, 지금은 모임을 쉬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그 당시에 몰랐던 이야기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