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스크린 속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참 다행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이기도 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프랑스 감독 자비에 르그랑의 작품이다. 가정폭력을 겪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인 감독인 자비에 르그랑의 필모그래피에는 고작 두 작품이 올라있다. 작품 수는 적지만 그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도 베니스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세계 주요 영화제의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영화의 주인공 줄리앙(토마 지오리아분)의 어머니 미리암(레아 드루케분)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결국 이혼했다. 남편의 폭력은 자신을 넘어 아이들에게도 이어졌다.
영화는 미리암과 그의 전남편 앙투안(드니 메노셰분)이 아들 줄리앙의 양육권을 두고 재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리암은 폭력적인 남편과 줄리앙이 더 이상 만나지 않길 원하고, 앙투안은 미리암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며 아들과의 면접권을 요구한다. 그리고 판사는 앙투안의 손을 들어준다.
영화 중반까지도 앙투안이 폭력적인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앙투안의 폭력성은 점점 선명해진다. 그는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감싸 안으며 반가움을 표한다. 그러다가 소리를 지르고, 그 다음에는 줄리앙이 앉아 있는 의자를 주먹으로 친다. 더 지나서는 미리암의 얼굴을 꽉 움켜쥐며 위협한다. 마지막에는 수렵용 총을 전 아내와 아들을 향해 겨눈다.
감독은 극 초반, 추리물처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리암과 앙투안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 분석하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 파헤치는 영화가 아니다. 보이는 것을 그저 느끼면 되는 작품이다.
자비에 감독은 한 가정의 불행을 동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보는듯한 완급 조절을 통해 관객을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그리고 ‘설마설마’ 했던 순간, 앙투안은 총을 들고 나타난다.
영화의 마지막, 앙투안은 결국 체포되고 미리암과 줄리앙은 무사히 위기에서 구출된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이 가족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가족이라는 족쇄는 안타깝게도 쉽게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에서 구출된 모자를 보며 안도감이 드는 대신, 그 다음 일어날지 모르는 앙투안의 보복성 폭력을 우려하게 된다. 공포에 질려 욕조에서 바들바들 떨던 미리암과 줄리앙의 표정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 이유다.
ⓒ 2017, Kimjiyoung 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