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동글동글한 자갈이 다 비치는 아름다운 로이스강과 귀여운 자태를 뽐내는 카펠교가 있는 루체른. 고개를 돌릴 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지만 여행을 하기에는 다소 따분할 수 있는 도시다. 카펠교와 구시가지를 보고 나면 딱히 관광할만한 곳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루체른에 간다고 말한다면 나는 꼭 가라고 추천할 것이다. 파란빛과 초록빛 사이쯤의 색을 한 로이스강을 하루 종일 쳐다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곳이기 때문이다.
루체른에 간 이유는 간단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라는 카펠교가 궁금했다. 1333년에 놓인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나무로 된 다리다. 하지만 지금 있는 것이 처음의 그것은 아니다. 1993년 8월 화재가 난 후 복원한 복제품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전부다. 다리 중간에는 등대를 연상케 하는 바서투름(물의 탑)이 있다. 위급할 때 시민에게 경종을 울려 알리는 역할, 감옥소, 공문서 보관소 등으로 쓰였다. 귀여운 집 모양의 바서투름은 카펠교의 우아한 자태를 한층 끌어올린다.
비오는 날 밤 카펠교/사진=jeong
책과 영상을 통해 본 카펠교를 만나기 위해 루체른으로 향한 만큼 이곳에 머무는 2박 3일 동안 짬이 나면 카펠교로 향했다. 도시 중심에 다리가 있기 때문에 애써 찾지 않아도 저절로 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흐린 날의 카펠교, 비 맞는 카펠교, 맑은 하늘 아래 카펠교를 모두 볼 수 있었다.
맑은 날의 카펠교가 가장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각각의 날마다 카펠교는 제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물론 가장 최고의 카펠교는 파란 하늘 아래의 카펠교였다.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맑은 날 카펠교는 한 폭의 그림이라고 우겨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벅차오를 정도다.
이런 날은 카메라를 기본 세팅으로 맞추고 셔터를 아무렇게나 눌러도 인생 샷이 나온다. 필터나 효과는 사치다.
카펠교를 중심으로 강가에는 식당, 바(Bar),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줄을 지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강을 바라보며 술이나 커피 한 잔을 홀짝였다.
이들에게 섞여 간접적으로 봐왔던 카펠교를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서울에서의 치열한 일상은 잠시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