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둔한 인물의 찜찜한 반전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우둔함이 때로는 승리한다
어리숙함을 무기로 금고털이 대작전을 펼친 형제가 있다. ‘로건’이라는 성을 가진 형제와 그 집안은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려 ‘로건 징크스’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정도다.
형인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은 레이싱 경기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중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된다. 장애를 가졌기에 사고를 당할 확률이 크고 그렇게 되면 회사에서는 막대한 보험금이 들기 때문이다.
이혼남인 지미는 전처가 키우고 있는 사랑스러운 딸을 만나기 위해 번듯한 직장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회사에서 잘리면서 실의에 빠진다.
동생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은 조국을 위해 이라크 전쟁에 나섰다가 한쪽 손을 잃었다. 작은 바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그는 형과 자신의 불행은 일종의 가족력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이 모든 불운을 끊기 위해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막내 여동생 멜리까지 불러들여 레이싱 게임장 지하 금고를 털기로 한다.
하지만 지미와 클라이드는 다소 우둔한 인물.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을 털 방법은 알 도리가 없다. 이에 두 사람은 수감돼 있는 금고 폭발 능력자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을 찾아간다.
영화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즉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강탈하는 장르에서 정평이 나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스릴러, 범죄 장르의 영화가 유독 많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오션스 일레븐’이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케이퍼 무비의 교과서라 불리며 개봉 이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후속작인 ‘오션스 트웰브’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오션스 13’은 소더버그 감독이 해당 장르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줬다.
‘로건 럭키’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더버그 감독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살아 있다.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주인공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입가에 미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영화는 케이퍼 무비 장르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나른함’을 계속해서 발산한다. 금고 털이 작전에 가까워질수록 리듬감이 살아나야하는데 어쩐지 힘이 빠진다. 이렇다보니 곳곳의 웃음 코드도 실소에 그칠 때가 많다.
중후반까지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고 후반에 급하게 반전과 비밀을 설명하지만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우둔하고 불운한 형제의 승리에 통쾌함이 아닌 찜찜함이 남는 이유다.
ⓒ 2017, Kimjiyoung 글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