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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akonomist Aug 24. 2019

내가 위선자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경제학적 이유

우리는 왜 위선적 행동에 분노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이유도 없이 호의를 베풀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가령 당신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차를 태워 준다고 하면 감동을 받으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저의를 의심하고 경계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운전자가 딴마음을 품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게임 이론의 가장 고전적인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죄수의 딜레마 매트릭스

죄수의 딜레마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범죄 사건 현장에서 2명의 용의자(혐의자A, 혐의자B)가 체포됩니다. 둘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추정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형사는 둘을 각자 다른 방에 넣고 선택권을 줍니다. "만약 너(A)가 다른 용의자(B)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너는 석방시켜 줄게. 만약 둘 다 자백하면 둘 다 혐의가 있으므로 7년 형을 주고, 네가 B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데 B가 너(A)의 범죄 사실을 자백하면 그놈은 석방되지만 너는 독박을 쓰고 15년 형을 살게 될 거야. 그리고 만에 하나 둘 다 부인하면 너희가 저지른 사소한 잘못만 걸어 1년형을 살게 될 거야." 이것을 도식화하면 위 그림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4개의 시나리오가 존재합니다. 1) A:부인 & B:부인, 2) A:부인 & B:자백, 3) A:자백 & B:부인, 4) A:자백 & B:자백. A 입장에서 최고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열해보면 3)>1)>4)>2)가 될 것입니다(석방>1년형>7년형>15년형).


위 관계는 협력과 배반이라는 인간관계 속 상호작용에도 접목해 볼 수 있습니다. 부인을 협력으로, 자백을 배반으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협력하려는 상대를 이용해 먹으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3번 시나리오). 상호 협력하면 상대방을 이용해 먹는 것 보다야 보상이 좀 줄지만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좋습니다(1번 시나리오). 상호 배반을 하면 둘 다 꽤 큰 피해를 받지만 이것도 호구가 되는 것 보다야 낫습니다(4번 시나리오). 여기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대방이 내 협력을 이용해 먹는 것입니다(2번 시나리오).


저는 2번 시나리오의 전략을 택하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바로 위선자들입니다. 위선자들은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말로는 도덕적인 것, 즉 협력하고 공생하는 것을 강요하면서 뒤에서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다시 말해 위선자는 상대방의 협력을 강요하면서 호구로 만들어버립니다. 저는 이런 위선자들을 경계하고, 이것은 우리가 낯선 운전자를 따라가지 않는 이유와 경제학적 메커니즘이 같기 때문입니다.


'협력의 진화'를 쓴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응은 보복이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는 평소에는 신사적이고 협동적이지만 위와 같이 타인의 협력을 착취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복을 하는 전략(팃포탯 tit-for-tat 전략)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임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복을 하는 전략이 많아질수록 착취할 수 있는 개체수가 적어져 결국엔 이 착취적 전략이 도태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착취적 전략인 '해링턴'은 처음에는 성공적이지만 그 이후부터 멸종의 길을 걷는다. 자신의 먹잇감이었던 호구들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 정치인이 화제입니다. 그의 위선자적 언행 때문입니다. '조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말과 행동은 따로 놀았습니다. 이에 그를 믿었던 시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정치인은 자신이 위법을 한 것은 아니라며 문제를 회피하려 합니다. 이에 한 야당 정치인은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그가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위선자적 행동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고, 이것은 법적 문제이기 전에 신뢰의 문제인 것입니다.


'판사 유감'과 '이기주의자 선언'을 쓴 문유석이 말했습니다. 위악이 위선보다 나을게 뭐가 있냐고. 하지만 위선은 위악보다 확실히 나쁩니다. 적어도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저는 그를 믿어줬던 시민들, 정당한 방법으로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매진한 교수들, 그 외 많은 사람들을 호구 잡은 이 정치인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리고 이에 우리가 본인과 이 사회를 위해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응당한 보복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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