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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렌의 가을 Apr 10. 2019

아침, 잠시, 생각

2019. 04. 10.

비 오는 아침.

세상이 또렷해 보인다.

온도를 확인하니 4-5도다.

패딩을 입을까 하다가 그래도 봄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직 코트를 꺼내 입었다.     


폭이 넓은 바지에 흰색 캔버스화를 신은 것이 마음에 든다.

걸으면서 땅에 닿는 감촉이 좋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힐을 신고 신경이 구두에 쏠린다면 생각할 수가 없다.

주변을 바라볼 수도 없다. 편안함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말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말실수를 두 번이나 했다.

한 친구와 영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한 남자가 평범하게 살다가 암 판정을 받고 변화하는’이라는 말을 하고는

실수했다, 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가 최근 취직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간의 어려움을 봐 왔기 때문에 더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어린 나이니까,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네’라는 내 말에

‘그런가?’ 하고 그가 답했다.

‘그럼, 대학을 다시 가도 되는 나이지.’라고 말했는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친구와 지인 모두는 아무렇지 않게 그 순간을 지나갔다.

어쩌면 그 둘은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말속에서 나 스스로 얼마나 어떤 것들을 당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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