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UX디자이너가 바라본 P2P서비스
다들 토스 많이 쓰시죠? 몇 년 사이에 우리가 돈을 보내는 방식은 토스에 의해 혁신적으로 바뀌었는데요. 미국에서도 Venmo라는 앱이 토스 못지 않게 인기입니다. Google it! 처럼 Venmo me! 가 자연스럽게 통용될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Venmo를 써볼 수가 없는데요. 이 서비스의 UX를 분석한 글이 있어 번역해보았습니다.
핀테크 분야는 관료적인 문화, 복잡한 규제와 금지 사항이 만연한 핀테크 산업을 극복하려는 기술 기업들로 넘쳐납니다. 양질의 핀테크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우리는 핀테크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했었죠. 또, 소셜 미디어는 수많은 시도들에 비해 성공 사례가 매우 적은 분야인데요. 마치 산업 혁명에서의 자동화 조립 라인처럼 우리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분야는 이번 UX사례 분석 대상으로 훌륭한 후보입니다. 둘 다 UX 디자이너에게는 까다로우면서 이질적인 도전 과제죠. 그래서 두가지 중 하나를 결정하는 대신, 두 가지 분야 모두에 걸쳐 있는 앱을 다루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통, 앱의 인기는 사용자 수나 또는 일일 결제 회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이 앱이 성공했다는 것을 더 잘 나타내는 것은 대부분의 회사가 꿈꾸는 '브랜드의 동사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Venmo해 줘. 나 너한테 빌린 거 Venmo했다. 나 너한테 Venmo하고 있어. Venmo가 이렇게 통용되는 용어가 되었다는 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 데에 UX의 역할이 있을까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Venmo앱을 다운로드하고 파헤쳐 보겠습니다.
앱을 열면, 지금껏 본 것과는 다른 흥미로운 가입 화면을 보게 됩니다. 이 화면의 기능 자체는 평범한데요.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가 강조되어 있고, '이메일로 가입하기'가 좀 덜 강조되어 제공됩니다. 하지만 이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Venmo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의 송금내역으로 구성된 배경화면입니다. (역: 얼마를 보내고 받았는지는 제거되어 있습니다.)
앱의 첫 화면 디자인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은 실제 사용하는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어플리케이션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이지만, Venmo처럼 실제의 피드를 보여주는 것은 드뭅니다. 예를 들어 'Bumble'앱처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죠. 개인적으로 Venmo가 더 멋지네요. 선정적인 후방주의 컨텐츠를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짜는 일은 참 어려웠겠지만...
페이스북으로 가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피드(역: Venmo의 세 번째 탭으로 모든 Venmo사용자의 송금 내역을 금액을 빼고 볼 수 있음)와 마찬가지로 Venmo가 소셜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핀테크 앱들은 개인 정보와 보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렇게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을 제공한다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으로 어떤 금융과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을 거라는 데 걸겠습니다! 저도 '이메일로 가입하기'를 누를 겁니다.
(역: 실제 Venmo의 데이터가 궁금해지네요. 저는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서도 당장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를 누르는 사용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거든요.)
흔한 폼 입력창이 보입니다. 특별한 건 없네요. 양식을 거의 다 채우면 Venmo가 핀테크 앱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보안을 위해 이메일 패스워드와 다른 Venmo만을 위한 비밀번호를 쓰라는 레이어 안내창이 뜹니다. 그리고 나면 SMS를 이용한 추가 인증 단계가 나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여기서 온보딩 프로세스는 끝입니다. 제 전화번호를 넣자, 이미 등록된 전화번호여서 등록이 거부되었네요. 이제 앱의 중심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UX원칙에 입각한 듯, Venmo의 메인 인터페이스는 피드가 중심이 되어 대부분의 땅을 송금 내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나 스냅챗과 비슷하게 송금 내역은 Venmo의 컨텐츠의 기본 단위입니다. (역: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의 트윗이 피드를 이루듯이, Venmo는 친구들의 송금 내역이 피드를 이룹니다.)
사용자들은 각 컨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송금 내역의 대상자 중 하나가 아니면 금액은 볼 수 없습니다. 내가 포함된 송금 내역은 초록색이나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트 되고요.
Venmo는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게 보여주기 위해 화면 맨 위에 햄버거 메뉴를 제공합니다. 모든 기타 기능(친구 초대, 친구 검색, 계좌 이체와 설정 등)들을 모아서 햄버거 메뉴 안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전체 Venmo의 인터페이스는 단순해 보입니다.
이제 내비게이션 바에 있는 세 가지 아이콘에 초점을 맞추어 보죠. 이 세 버튼은 Venmo의 피드를 변경할 수 있는 탭 버튼인데요. 사람 한 명의 실루엣이 있는 맨 오른쪽 탭은 내 송금 내역이고, 중앙은 내 페이스북 친구들의 송금 내역, 맨 왼쪽의 지구 모양 탭은 모든 Venmo 사용자들의 컨텐츠를 보여줍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안면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송금 내역을 보는 것에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Venmo는 스스로를 낯선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소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용자들이 만들어 낸 컨텐츠가 그다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누구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뭔가 놓치고 있다면, 코멘트로 알려 주세요!)
이와 반대로, 내 송금 내역만 따로 보여주는 'My feed'는 훌륭한 기능입니다. 매달 지출되는 임대 비용이나 공공요금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유용합니다. 또한, Venmo에는 송금을 하거나 송금을 요청하는 것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의 핵심 기능이 어플리케이션의 화면 상단 우측에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디자이너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서비스의 기본으로서 Venmo는 송금 과정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가장 뚜렷한 증거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저는 송금과 송금 요청 기능을 하나의 진입 경로에 합쳐서 제공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요. 제 성향으로는 이 두 가지 기능을 가능한 분리하여 송금을 하려는 사람이 송금을 요청하거나 반대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겁니다. 하지만 Venmo는 그 두 가지 기능을 묶었을 뿐 아니라 송금이나 송금 요청을 하기 전에 마지막 버튼을 토글 되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낯선 방식인데, 문제없이 잘 사용되는 게 신기합니다.
송금의 시작은 다음과 같이 송금을 할/받을 사람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 디폴트 텍스트로 이름, 아이디, 전화 또는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구를 찾을 수 있음을 알림
2.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를 목록의 상단에 보여줌
3. Bluetooth기능을 사용하여 근접한 사용자를 보여줌(이 리뷰를 쓰기 전에는 알지 못했네요)
사용자를 선택한 후, Venmo는 우리에게 금액과 내용을 입력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도 송금을 할 건지, 요청을 할 건지는 아직 선택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돈을 보낼지 달라고 요청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Venmo는 바로 여기서 까다로운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요. 심플한 UX로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실수로 돈을 보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또는 송금해야 하는데, 요청을 한다거나)
개인적으로, 이 단계를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태스크를 완료하려면 두 번의 탭 동작이 필요한데 이때, 송금과 송금요청 버튼이 인접해 있기 때문에 제 굵은 엄지 손가락이 실수로 누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옵션 중 하나를 누르면 다른 하나는 사라지고 남은 옵션이 최종 컨펌 버튼으로 명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태스크를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역: 위 그림의 파란 버튼과 초록색 버튼)
Venmo의 UX팀은 핀테크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들을 따라 했습니다. 그중 일부(글로벌 피드)는 좀 의아했지만, 이 앱을 통해 간단하고 번거로움 없는 송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Venmo가 그들의 설명처럼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역: 구글 플레이에 그들 스스로 '친구 사이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하고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등록해두었음) 시각적으로 상당 부분 트위터를 따랐는데, 이 점은 분명 다른 평범한 핀테크 앱보다 좀 더 친근함을 유발합니다.
Venmo의 진화를 보는 것은 흥미로울 텐데요. 애플이 iOS 11에서 iMessage에 송금 기능을 통합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의 시장에 막 진입한 이 거물과 경쟁하기 위해 Venmo는 소셜 미디어적인 속성을 더 강조하여 차별화하거나, 사용자 경험을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Venmo를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번역을 하면서 든 생각은 '의도적인 차별화'였습니다. 저 스스로도 사용성에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가 Pay 태스크와 Request 태스크가 하나의 '작성'버튼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어색했지만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차별화된 방향을 먼저 잡으면 그 안에 발생하는 사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옵션은 여럿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Venmo가 만약 약간은 독특한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가 없이 '간편한 송금'만을 강조했다면,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수 있고 플랫폼의 강점을 지닌 Apple이나 Facebook의 송금 기능이 Venmo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었겠죠.
'차별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덕목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