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가 절정이었던 오늘, 그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고 싶었는데 친인척의 장례식장에 가야했다.
차가 막혀 3시간이 걸렸고 피곤하고 힘들었고 답답했다. 수원에서 강북까지가 이렇게 가기 힘든 길이라니.
조급하게 운전하는 남편이 걱정도 되고 해서 나는 힘든 티를 많이 안내려다가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정신차려서 눈을 떴다가 밖을 보니 어느덧 해는 지려고 해서 차창 밖 하늘은 미묘하게 색이 변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다 되어갔다. 부랴부랴 핸드폰을 꺼내 탄핵 관련 투표 결과를 검색했다.
아~ 다행이다!! 탄핵 가결 소식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몸은 그곳에 없어도 마음은 너무나 절실하게 그곳이었다.
지인들의 SNS와 뉴스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요양원에서 모시고 나온 몸이 불편한 시아버지까지 모시고 가느라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 차안에서 답답하게 있느라 마음이 쓰였고 그럼에도 이번에 못보면 또 다른 누군가의 장례식에서나 만날 것 같은 상황이라 무리를 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형제자매가 7분)
셋째 시외숙모님이 돌아가셔서 가는 장례식장인데 큰이모님과 이모부님은 이제 연세도 많고 아프셔서 조만간 누군가의 상을 치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다들 너무 몸도 불편해보이시고 외모도 많이 변하셨다. 시어머니 살아 계실때는 신랑의 외가친척들과도 자주 만났는데 이제는 이렇게 누군가의 장례식에서나 보게 된다.
상주인 아들은 외동이다.
시이모부님은 몇 년전에 돌아가셨고 외숙모님은 투병하다가 이번에 돌아가셨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십 년 넘게 공부를 하다가 잘 되지 않아서 지금은 귀농하듯 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
나이는 많아졌는데 그동안 워낙 사회생활도 못했고 공부만 하며 마음고생 몸고생한 시간들이 길었다.
그리고 결국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했다고 한다.
모든 게 다 짠하고 안타깝다.
게다가 부부가 둘 다 왜그리 말랐는지 ㅠ ㅠ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에 아프신 엄마(시어머니)까지 서로가 오죽 힘들었을까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났다.
우리 시어머니도 그렇고 외숙모님도 그렇고. 착한 사람들, 그저 성실하게 애쓰며 살아온 사람들은 왜이리 다 빨리 데려가시는 걸까.
이승에서 편히 즐겁게 누리며 행복하게 지낸 일도 별로 없는데....
온갖 것 다 누리며 남을 해치고 피해주는 더러운 인간들이나 지상에서 빨리 치워주시지.
하늘 나라 깨끗한 곳에 좋은 사람들 데려가신 거라면 지하든 어디든 지옥으로 나쁜 인간들 제발 더더더더
빨리빨리 데려가주시기를 간절하게 기도드리고 싶다.
알고 있던 사람들, 살아서 함께 보냈던 시간과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
더이상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죽음을 마주하는일이 많아졌다. 점점 주변에서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돌아가시는 일도 생기는 나이가 되었지만 배우자를 잃는 경우를 접할때 충격이 크다. 당사자들의 심경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생로병사와 인간사는 필연적이지만 인생이, 세상이 참 잔인하고 힘들다는 것, 더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서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