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에 관한 소설
눈이 계속 펄펄 내렸다.
여유로워서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하얀 세상을 보며
맛있는 커피를 홀짝이는 순간이라면
참 근사하겠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명절을 앞두고
홀로 준비해야하는게 많은
케이 며느리는
몹시 예민해졌다.
반찬가게에 가서 나물도 찾아와야 하고
마트에서 싱싱한 딸기도 사야 하고
요양원에서 아버님도 모시고 와야 했기에...
우산을 써도 눈이 사방으로 날려
온몸에 들러붙는다.
이제는 내게 낭만이 없어진걸까.
아니면 해야할 일이 많고
신경쓸 게 많은 명절이라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일까.
미끄럽고 질퍽이는 길
넘어지지 않으려고
집중하느라
발끝만 내려보며 걸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드니
나무와 차에 두텁게 덮힌 눈이
케이크 아이싱처럼 보이기도 했다.
참 높게도 쌓였다.
십센치가 훨씬 넘게 쌓였는데도
계속 내리는 눈.
온통 하얗고 하얗게 변했다.
어찌어찌
들를 곳을 다 들르고
제수 음식 준비도 다 해뒀다.
이틀 내내
집안 치우랴
책장 정리하랴
지친 내 몸을 좀 쉬게 해주고 싶었다.
털썩 누워 멍하니 있다가
위로하고픈 내 마음을 돌보기로 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던 백석에 대한 소설을 꺼냈다.
쉼없이 눈이 내리고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 쌓인 날에 어울리는 시.
백석에 관한 이야기는 분분하고
특히 자야와의 연애담은 더 의견이 갈린다.
자야 혼자 짝사랑했을 것이라고
확고히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로맨스로 믿고 싶다.
오랫동안 그렇게 상상해왔고.
한자는 다르지만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라서 더 마음이 끌렸다.
언젠가 누가 내 이름을 듣고
백석의 애인과 이름이 같다고 했을때
살짝 들뜨기도 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에서
자신이 너무 평범한게 참기 힘들 때
뭔가 특별한 에피소드의 끄트머리에라도 연결되어 거기에 기대고 싶은
그런 마음 한 조각은 있지 않나.
마음이 팍팍해지는 때에는
가끔씩 연애 소설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