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의 기적 그리고 다시 현실
설 명절에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대뜸 하시는 말씀
"올해 니 진짜 생일 또 돌아온다!"
"엥? 그게 무슨 말이야?"
"니 음력생일이 윤유월이라서 몇 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잖아."
그렇다.
나는 79년 7월에 태어났는데 그해 6월이 음력 윤달이었다.
복잡해서 양력 생일로만 기억하고 지내왔는데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닌가보다.
찾아보니 윤달이 돌아오는 주기는 2-3년이고 음력 윤달이 돌아오는 주기는 19년이고...어쩌고... 하는데 잘 모르겠고...
해마다 다르게 추가되지만, 올해가 윤6월에 해당하는 것 같다. - 2025년(예정) : 음력 6월
아무튼 엄마의 핵심은 그거였다.
"올해는 꼭 생일 제대로 챙기라고!"
알겠어유~^^
역시 엄마는 영원한 내편이자 눈물버튼.
(윤달이 생기는 이유 참고)
https://m.blog.naver.com/njini777/222072204631
이번 생은 여러모로 내게 너무 가혹하여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서 내 인생을 좀 바꿔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도 생긴다. 그것도 안되면 놀라운 선물이라도 좀 받고 싶다. 제브리나의 이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친척이 왜 내게는 없는가. 하다못해 해외에 사는 친척도 하나 없다니. 뭔가 내 삶에 확실한 리프레시를 선사해줄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는 얘기. 답답하지만 책에서 대리만족을 얻고 거울치료라도 받아야지.
나다움을 찾은 진짜 생일
위로가 필요한 순간
가끔 그런 때가 있다. 자꾸만 초라해지는 기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기운이 없다. 자신감이 없어져서 누구를 만나기도 싫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쉽게 사라지지 않는 복잡한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너무 오래 두어서는 안되기에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결국은 자기 마음속을 아주 잘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일, 변하려는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해보기도 하고, 여행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본다. 위로의 말을 해줄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을 할 때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책으로 숨는 것,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힌트를 얻는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해피버스데이>를 추천하는 이유다.
특별한 생일 선물
<해비버스데이>의 주인공은 얼룩말 제브리나다. 그녀는 기운이 없고 마음이 무거워 집에서만 지내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게 짐작해 볼 수 있으며 독자의 심리 상태가 이와 비슷하다면 대입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제브리나는 막내 이모와 영상 통화를 했는데 이모는 조카가 ‘얼루둑덜루둑탈탈’병에 걸린 것을 알아본다. 곧 다가올 그녀의 생일도 축하할 겸 선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유별난 편에 속하며 어디서 뭘하며 지내는지 모르고 미스테리하다는 수식어가 붙은 막내 이모는 어떤 선물을 보냈을까.
이모가 보낸 생일 선물이 도착했는데 엄청나게 컸다. 풀어보니 놀랍게도 옷장이었다. 동봉된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입은 즉시 빨래통에 담글 것, 그리고 비에 젖지 않도록 조심할 것.”
물에는 취약한 옷을 보내셨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자 신기한 옷장 속에는 소품까지 코디가 된 멋진 옷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파악하기도 할 만큼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아주 큰 몫을 차지한다.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듯이
예쁘고 근사한 옷을 입으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빛이 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잘 꾸민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제브리나도 옷을 꺼내 입고 외출을 했다.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면서 자연을 느끼고 햇살을 충분히 받으며 제브리나는 기분 전환이 된다. 역시 햇살은 생명력의 원천이다.
막내 이모의 선물과 의도가 적중한 것일까. 날마다 새롭게 생겨난 옷을 꺼내 입고 제브리나는 옷의 분위기에 맞는 하루를 보냈으며, 입었던 옷을 빨래통에 담그면 물거품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는 놀라운 날들이 반복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옷이 나타날지 함께 설레는 기분이 되었고, 점점 활기를 찾아가는 제브리나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마법사 같은 막내 이모를 그려보느라 상상하는 재미, 기운이 없고 외출도 하기 싫어하던 제브리나의 상태를 보여주는 까만 색의 첫 페이지와는 확연히 달라져 가는 장면과 색감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혼자 우울하게 지내던 제브리나가 자신감을 찾아가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간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실망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제브리나가 화려한 드레스를 예상하며 열어본 옷장 속에는옷은 커녕 고깔모자 하나만 달랑 있다. 좌절감에 파티를 취소하고 울며 몸져누운 제브리나의 속상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일은 세상에 태어난 날을 축하받는 의미 있는 날인데 드레스도 없고 친구들도 없이 혼자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한참 후 잠에서 깨 거울 앞에 선 제브리나는 또다른 놀라운 경험을 했다. 꿈 속을 헤매는 것인지 유니콘으로 변해 있었고 마음껏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최고의 생일을 보냈다. 고깔이 유니콘의 멋진 뿔과 겉모습으로 변하게 해준 마법의 옷이었나 보다. 그러나 갑자기 내린 비로 모든 게 사라지고 화려한 유니콘이 아닌 흠뻑 젖은 초라한 모습의 현실로 돌아온 제브리나는 다시 한 번 옷장을 열어보지만 텅 비어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선물은 없다.
진정한 생일 선물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할 때마다 자주 우울해지고 소심해진다. 괜찮은 척하려고 애써 가면을 쓰고 겉모습을 꾸미며 속마음을 감춘다. 그러나 잠깐일 뿐이다. 있었다가 없어지기도 하는 물리적인 것, 외적인 요소들은 내면까지 바꾸어주지는 않는다. 남이 골라준 옷이 아니라 내가 택한 몸에 맞고 편안한 옷을 입으며 나답게 지내는 안정감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제브리나에게 이모가 보내준 옷장은 어떤 선물이었는지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슬픔과 우울에 갇혀 있던 그녀를 집 밖으로 꺼내주고 새롭게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 선물이었다. 또한 이전의 자신과 비교되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겉에 걸치는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면이 단단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확신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선물이었다. 이모의 생일 선물 덕분에 자기다운 모습을 찾고 다시 태어난 제브리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해피버스데이, 제브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