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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Feb 11. 2023

첫, 겨울.

사업은 진짜 힘들지만, 재미있는 거야!

사업을 시작한 첫, 겨울.

11월 13일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얼마나 좋고 설레었는지 모른다. 내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니 말이다. 내가 이제는 대리, 과장 아니고, 사장이라니!


12월은 직업소개소의 성수기이다! 다들 연말에 모이고, 외식을 하고 파티를 하니, 우리 일도 당연하게 성수기가 된다. 그렇게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첫 달은 일을 배울 틈도 없이, 월세도 내고, 돈도 벌었다. 사업이 참 쉬웠다. 진작할 것을 그렀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1월 1일이 되면서,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공포로 밀려왔다. 전화기가 망가진건 아닌가, 광고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착신이 안되어있는 것은 아닌가, 내 전화기에 전화를 해본다. 그런데 너무 멀쩡하다. 첫 번째 비수기가 찾아온 것이다. 다들 연초에는 새해결심으로 외식도 줄이고,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겨울방학이 길어서 한 달 살기도 하고, 여름나라도 여행도 많이 가고 그러더라. 그렇다! 1,2월은 내가 하는 일의 비수기이다. 그걸 12월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위기에 강한 사람이다. 결과물을 만드려고 애를 쓰기도 하지만,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왜 안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찾는다. 사실 원인을 모를 경우, 일단 한다. 방법을 모를 경우에는 될 때까지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성공한다. 참 힘들게 산다는 소리 많이 듣지만, 그렇게 살아서 여기까지 왔다.


손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손이 닿는 곳곳마다 스티커를 붙였다. 전봇대, 전봇대, 배수관 등... 스티커를 돌렸다. 식당, 옆 식당, 건너편 식당... 하루에 100장은 돌린다 생각하고, 100장은 무조건 돌렸다. 많이 돌리기보다 사장님들과 아이컨텍하며, "안녕하세요. 든든한파출부입니다. 사장님 계세요? 잘 매칭해서 보내드려요! 연락 주세요.^^" 얼마나 많이 돌렸을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정말 도레미파 솔톤의 목소리로! 힘차게 받았다.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자꾸 전화로 사람을 부르게 된다는 사장님도 계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전화기를 받아서 매칭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전화가 왔다. 스티커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물색했다. 사무실에 구직을 하러 온 사람이 있었다. 며칠 일은 안 해봤지만, 성실하게 일했고, 솔직하게 잘 이야기를 해주는 분이었다. 부탁을 드렸다. 200장을 먼저 부탁드리고, 급여를 드렸다. 전화가 오면 1만 원씩 올려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정말 그분은 어쩌면 든파(든든한파출부) 인생의 첫 번째 은인이다! 전화가 몰려온다! 사실 진짜 많이 전화가 왔다! 급여는 약속대로 올려드렸다. 매일매일 올려드렸다. 천장, 천장, 3천 장, 3천 장, 5천 장, 5천 장, 5천 장, 2천 장... 그리고 3만 장을 돌릴 때 즈음에는 더 이상 돌릴 지하철 역세권이 없어서 일단 중지를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봤지만, 그분 같은 분을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첫겨울이 지나갔다.

단맛, 쓴맛을 한 번에 경험했다.

사업은 참 재미있고, 힘들기도 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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