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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un 20. 2023

조용한 회사, 편가르는 조직에 김사부같은 리더는 없었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알았냐?



시즌1부터 재밌게 보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세 번째 시즌이 끝이 났다. <낭만닥터 김사부 3>가 시작할 때, 나는 시즌1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보기를 택했다. 수많은 명대사가 많지만, 나는 이 글 처음에 적어둔 대사에 찌릿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며 시청자들은 무엇을 느낄까? 의학지식? 병원에서 해야 하는 태도? 난 이 드라마를 보며, 참된 리더의 자세를 배웠다. 그리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이 드라마를 보는 도중에 그저 프리랜서 1인 나에게 그저 프리랜서 2인 동료 A에게서 고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에 앉아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출근해서 한 마디도 안 하고 집에 가는데 어떻게 즐거울 수 있겠어요... 점심도 혼자 먹었어요. 나 피하는 거 같아서, 나도 괜히 피해 줄까 봐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작년 10월, 내가 지금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 들어오신 동료분께서 고민이라며 털어놓은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이야기였지만 직접적으로 들으니 좀... 아니 많이 놀랐다. 왜냐면, 난 이 회사에 처음 들어올 때 이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갈등은 겪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회사에 '리더'라고 칭할 수 있는 상사분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다. 선한 사람이며 화도 잘 내지 않고 의견도 잘 수렴하려는 편이다.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인연이 되어 상사분이 이직하고 난 후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 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까지 순조로웠다. 직전 회사에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난 이 회사에 들어오면 이제 그런 갈등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원히 나와 A, 그리고 상사분 이렇게 셋만 있을 수는 없는 거였다. 우리는 사람이 필요했고, 상사분은 지속적으로 새로 오실 분들을 찾고 컨택하고 데려왔다. 그래도 난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내가 A와 다른 동료분들 간의 갈등이 있다는 걸 알았던 때는 상사분이 "하다님은 A님이랑 괜찮아요?"라고 물어봤을 때였다. 


"저는 별로 뭐 없는데... 왜요?"

"아니, B님이랑 C님은 조금 감정이 상한 모양이더라고"

"아 진짜요...? 왜요?"

"글쎄,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아..."


그렇게 나와 상사분의 대화는 끝이 났다. 직전 회사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던 난 어느 순간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평생 함께할 사람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큰 에너지를 쏟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 왕따 당하지 않을까?'라고 늘 고민했었는데 내가 아니라 동료 A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저 대화 이후, 저번 주 동료 A가 털어놓은 고민으로 확실하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저번주에 들었던 동료 A의 이야기를 이번주까지 오전, 오후 그리고 새벽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했고, 이 문제는 결국 리더의 역량 부족으로 나타난 문제라고 생각에 대한 답을 내렸다. 리더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상사는 저 때 나에게 저렇게 말하고 나와 대화를 끝맺으면 안 되는 거였다. 문제가 나왔으면 A, B, C와 동료로 지내는 나에게 이 관계를 어떻게 하면 회복시킬 수 있을지 의논했어야 했다. 


혹은 사람들과 1대 1 미팅을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더 깊숙하게 파악해야 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그 문제를 더 들여다봐야 했다. 직전 회사에서도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었지만, 그나마 하루라도 더 다닐 수 있었던 건 팀장님과의 1on1미팅 때문이었다. 그때 난, 팀장님에게 허울을 벗듯 "제가 잘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잘 적응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잘하는 사람이 맞나요?"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했고, 팀장님은 늘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말로 대답을 하셨다. 


결국 사람이다. 결국 아직은 사람이다. 업무 특성상 잘하는 시기도 있고, 주춤하는 시기도 있는 게 헤드헌터의 업무다. 그럴 때일수록 잘하는 사람이 아닌, 주춤하는 사람을 챙기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지 않나.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서 회사의 대한 부분을 책임지고 업무하고 있는 거 아닌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람만 뽑아서 앉혀놓으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회사도, 조직도 결국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릴 텐데. 


주말이 지나고, 진짜 여름이 시작된 거 같은 월요일,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거 같은 화요일. 사무실로 출근했다. 여전히 조용하고, 에어컨을 틀면 에어컨 소리만, 업무 특성상 전화를 많이 받는 동료 C에 목소리만이 회사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대화'라는 건 단절된 채 그렇게 조용히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이 사무실을 맴돈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앉아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 회사에 앉아있는지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한 채, 질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은 채 그렇게 앉아서 밝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나에게 <낭만닥터 김사부>가 너무 재밌다고 말하던 상사님은 결코 김사부가 아니었다. 그저 김사부란 캐릭터에 감탄하는 동료 D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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