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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강하 Dec 13. 2021

코로나 시국에 응급실에 가면 생기는 일

뭘 잘못 먹었나? 어지러움증이 심해져서 그런가? 설사를 해서 그런가? 갑자기 명치가 답답해지면서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을 느꼈다. 저녁 9시였고, 친구에게 다급하게 연락했다.

      

“나 몸이 안 좋으니까 오늘 우리 집에서 와서 자.”

     

친구가 도착하고 한 시간쯤 뒤, 누워있는데 오한이 들었다. 


"괜찮아? 119에 전화할까?"


친구는 아까부터 핸드폰을 들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항문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힘이 들어가면서 아, 이러다 진짜 기절할 것 같은데.라는 기분이 들었다.      


“안 되겠다. 119에 전화해줘.”     


그 말을 할 때쯤 내 상태는 아주 나빴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바지를 갈아입으려다가 포기하고 수면바지 차림으로 밖을 나섰다. 배속은 뒤틀리고 머리는 빙빙 돌았다. 119 침상에 누워있는데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안 들고 아, 빨리 그만 아프고 싶다. 이 생각뿐이었다. 집게 같은 것이 검지를 물었고 한쪽 팔에는 혈압을 재기 위해서 인지 뭔가가 둘러졌다. (의학지식 전무)

     

구급차 안에서 체온을 재본 구급대원은 미열이 있다며 “이러면 병원에서 안 받아줄 수도 있어요.”라며 내가 덮고 있는 겉옷을 잠시 걷어내자고 했다. 손발은 차가운데 이마에서는 열이 난다니. 코트를 뺏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체온을 쟀다. 37.4도였다.

     

“환자분 미열이 있어서 진찰 봐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열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미열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구급대원은 어떻게든 진찰을 받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엄청난 속도로 재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병원도 별다른 도리가 없는 듯했다. 일단 약을 지어줄 테니 그걸 먹어보고,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이 되면 그다음 날 병원에 들르라고 했다. 친구는 옆에서 울화통이 터지는지 그러면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 힘이 없어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미안했는지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따로 코로나 검사를 해주었다. 내일 점심쯤 결과가 나올 테니 그러면 오후에는 병원에 갈 수 있을 거라면서. 119의 경우 집까지 데려다주는 일은 없지만 진찰도 못 받은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다시 구급차를 타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약을 먹고 한참 누워있다 보니 서서히 증상이 완화되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한테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내일 뭐 먹을까?”

“어이구, 밥 먹을 생각하는 거 보니 이제 좀 살만한가 보네.”

“그러게. 좀 살만하니까 먹을 것부터 생각이 나네.”     


정신이 좀 돌아온 후에야 조금 전의 상황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아프면 쪽팔리는 것도 뭣도 없구나. 옷차림이건 얼굴 상태건 일단 몸이 안 아팠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통증이 가라앉자 구급대원분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병원에서 밤새 고생하시는 간호사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힘들 텐데 코로나 때문에 훨씬 바쁘고 고될 것이다. 그래서 진찰을 못 받은 건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는 괜찮은 듯했지만 밥을 먹으면 이상하게 머리가 어지럽고, 걷거나 고개를 숙여도 어지러움 증상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약을 먹으면 토할 것 같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아졌다. 그래도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하니 답답함이 더해져 갔다. 그래서 일요일 밤 잠자리에 누워 또다시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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