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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terstella Dec 15. 2020

단축근무는 정말 생산성을 떨어뜨릴까?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어간다. 좀처럼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광고업계까지도 재택근무제를 택하고 있다고 하니 재택근무는 정말 뉴 노멀(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는듯하다.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인 재택근무의 도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각보다 재택근무하는데 큰 문제가 없네' '왜 꼭 회사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지?'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장소나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는 없을까'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와 같은 생각들.




그 와중에 서점을 갔다가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실리콘밸리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미래학자인 알렉스수정김방이 쓴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라는 매우 혁신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생산성이나 수익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로 근무시간을 성공적으로 단축한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나온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한 사실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은 삭감하지 않았다는 점.


근무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산성에 대한 걱정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쇼터>에서는 일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사례 중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으로는 '우아한 형제들'이 있다. 우아한 형제들을 설립한 김봉진 CEO는 2015년 직원의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주당 37시간으로 단축했고, 2017년 들어서는 주 35시간으로 더 줄였다.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려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세운 목표는 정신을 좀 더 집중해서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2015년 근무시간을 단축한 이후의 연수익 성장률은 70~90%에 달하고 있다.




<쇼터>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주 4일 근무제를 포함한 단축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의 생산성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증가했고 소속된 사람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졌다. 수익성이 높아진 원인이 전적으로 근무형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 사례들은 단축근무가 생산성 하락과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해준다. 책 표지 최상단에 쓰인 '생산성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제로 입증된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단축근무제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모은다는 점에 있다. 20-30대에는 잠도 아껴가며 온 시간을 일에 쏟아붓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런 삶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인재들이 30대 후반, 40대가 되어 이전보다는 체력이 약해지고 또 가족을 이루어 개인적인 시간을 지키고자 할 때, 그들은 본인의 삶과 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쇼터>는 회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위한 회사가 되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전에는 영입할 수 없던 높은 수준의 직원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될 거라고.


아마 육아와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을 갖고 있는 워킹맘들도 그런 회사가 있다면 우선순위로 이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된다고 해서 커리어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쏟아야 할 절대적인 양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대부분 전통적인 업무시간(9to6)과 겹치기 때문에 이슈가 되는 것이지.




이상적인 생각을 해본다. 만약 주 4일제에서 더 나아가서, 일과 개인적인 삶에 쏟을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다면? <쇼터>에 나온 사례들처럼 내가 해내야 할 일의 목표치를 직접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은 내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따로 낼 필요 없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가 원에 가 있는 동안 일을 하고, 오후에는 픽업해서 간식도 먹고 저녁 시간도 함께 보내고. 혹 추가 업무가 있는 날은 아이가 잠든 후 처리할 수 있다면? 그렇게 일하는 방식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면서도 높은 수준으로 몰입해서 일하고자 하는 나의 성취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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