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커피와 사진실. 대구
100guests.Daegue.April
가운데 아내의 사진실 그리고 그 곳을 둘러싸고 있는 남편의 커피숍. <브림 커피>를 함께 운영하는 이 부부의 시작은 7년 전 사진학과 선후배. 둘이서 같이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이 신혼부부는 일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브림을 만들었다. 함께 만든 따스한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결혼에 평소 꾸준히 가꿔온 신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모습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결혼문화를 바꿔주세요. 저희이야기가 도움이 됬으면 하네요"라는 따스한 격려. 지금부터 시작된다.
야외 결혼식을 치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nuri&bony 원래부터 저희는 홀 예식이 싫었어요. 어릴 때부터 ‘왜 저렇게 결혼하지?’ 친구들이랑도 결혼식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두 사람에 집중하기보다는 돈을 주고받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게 맞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어차피 둘이 하는 결혼.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워낙 개방적이셔서 그렇게 하라고 흔쾌히 허락해주셨고요. 처음에는 하객도 작게 하려 했는데, 부모님 지인도 오셔야 해서 각각 50명씩 총 100분의 하객과 함께 하게 되었어요.
산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거 영감 받은 건가 아뇨(웃음) 제가 고향이 대구예요. 여기에는 야외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밖에 없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산속에서 하게 된 거죠.
야외 예식장이라 좋은 점도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좋은 점은 결혼식과 2부, 준비 시간 포함해 총 5시간 대관했어요. 무엇보다 여유가 있었어요. 힘든 점은 사실 인스타그램에 '비가 와도 괜찮아'라고 연거푸 올렸지만 전날까지 폭우여서 조마조마했었어요. 기적처럼 아침에 너무 맑아져서 다행이었죠. 참, 결혼식 끝날 때 마지막 벚꽃이 막 날렸어요. 올해 마지막 벚꽃이! 옛날이야기 같은데 겨우 4월이네요.
타이머 맞추고 셀프 웨딩촬영 어렵지는 않았고
nuri 입시 때 셀프 촬영 작업을 했어서 어려울 건 없었어요. 평소 작업에서 한 명이 더 늘었을 뿐(웃음). 길 가다가 좋은 장소 있으면 찍고, 인터넷으로 저렴한 하얀 드레스 구입하고, 조화도 다이소에서 5천원 주고 만들었어요. 겨울에 찍은 사진에서는 신발도 헌터 신었나. 근데 뭐 별거 있나요. 제목만 웨딩이면 웨딩 사진이지 않나요?(웃음)
참. 이 사진은 겨울에 강원도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요. 부모님도 함께 했어요. 사진 촬영이 결혼을 기념하는 목적이잖아요. 기억할 순간에 가족이 모여서 한 컷 찍길 바랬어요. 부모님과 저희 모두 기억에 남는 평생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정말 좋아하셨어요.
하객들한테 커피를 직접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이런 생각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건가
bony 저는 원래 커피를 하고 또 산 어디 구석에서 결혼을 하다 보니 보답하려는 마음도 있었죠. 서서 인사만 드리는 것보다 드리핑하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수고스럽기는해도 특별한 경험이니깐 하면서 스스로도 뿌듯하더라고요.
보통의 결혼식이랑은 남달랐던 것 같은데 보통 결혼식이 어떤 게 있죠?(웃음) 사실 신부신랑 입장은 조금 더 고민하고 의미를 담았어요. 오빠네는 부모님께서 먼저 입장하시고, 오빠 혼자 들어갔어요. 두 분의 결혼식을 생각하시면서 먼저 입장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했는데 실제로 그때 생각이 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신부 입장할 때는 아빠랑만 들어가는 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 저는 엄마 아빠! 양쪽에 팔짱 끼고 같이 걸어 들어갔어요.
역시. 어쩐지 주례도 생략하고 했을 것 같은 기운이 맴돈다 성혼선언문 같은 것도 따로 안 하고, 서로에게 편지를 적었어요. 이 날을 위해 몰래 써두었다가 읽는 걸로 했죠. 아빠하고 엄마도 한 마디씩 해주셨는데, 저희 모르게 언제 준비하셨는지 길게 해주셔서 좀 놀랐거든요. 친구들도 시를 읽어줬구요. 참! 저희 진짜 혼인신고서 가지고 그 자리에서 썼었어요. 바로 들고 구청에 갈 수 있도록.(웃음)
아버지께서 직접 통기타를 쳐주시는 사진이 올라왔었다. 참 달달했을 것 같다
퇴직하시고 무료한 삶에 기타를 취미로 하셨는데 아빠가 제 결혼식날로 하여금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해서 직접 부탁드렸어요. 흔쾌히 '사랑해 당신을'을 제 이름 '누리'를 넣어 개사해 불러 주셨어요.
오빠도 축가 해줬는데! 어땠나 망쳤어요.(모두 웃음) 아무도 무슨 노랜지 몰랐어요. 윤종신의 오르막길. 약간 우울한 거..(웃음) 노래 부른 게 결혼식 중 제일 웃겼죠.(웃음)
bony 오르막길을… 너무 창피했어요.
nuri 전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아요? ‘자신 없으면 하지 말아’란 말.
bony (웃음) 아, 자신 없으면 축가 같은 건 절대 안 하는 게. 실은 자신이 없었는데, 부르면 좋을 것 같아가지고 불렀는데 본전도 못 찾은 거 같아요. 얘는 웃기만 웃고. 사람들 다 웃고.
맞다. 우리 에피소드 있다! 저희 한복을 안 입기로 했는데, 큰엄마들이 한복을 입고 와서 좀 당황했어요. 결혼식 문화가 서양에서 온 건데 왜 한복을 입는지 평소에 생각했었거든요. 저희 어머님들도 한복 대신 원피스 입으셨는데 세분만 한복을 입으셨죠.(웃음) 세분도 놀라셨을걸요? 그럼 이런 거 말해줄 수 있겠다. 한복을 안 하고 싶으면 꼭 말하라고 네, 아니면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어요.
결혼식 둘이서만 준비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웨딩 스위치’ 베뉴 대표님 겸 디렉터이신 분이 저희를 도와주셨죠. 사회도 맡아 주시고 음악도 같이 고르고 스타일에 맞춰서 꽃도 같이 정했어요. 그럼 완전한 셀프는 아니고 네, 저는 어느 정도의 도움은 받는 게 맞고 또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식에 신경 쓸 게 백 가지도 넘는데, 혹시 망치지는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한 결혼 준비 의심스럽다. 말 많은 스드메. 힘든 점은 없었나
드레스를 고를 때 디렉터 분이 소개해주신 업체에서 해야겠다 했어요. 근데 불친절하고 타협이 많았어요. 시간 제약, 2벌이면 할인. 똑같은 걸 더 입어보면 안 되고. 따로 같은 체인인 서울 지점에 가격을 물어봤는데 거의 반 정도 저렴한 거예요. 와,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정직하지 못한 업체구나를 느끼고 안 한다고 했어요.
여기 꼭 추천하고 싶어요. 직접 일일이 찾아본 곳인데, '버건디 스완'이라고 저희 브림 근처 죽전에 있는 공방이에요. 직접 만드는 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드레스도 정말 예쁘고 친절하세요! 버건디 스완 꼭 가보세요.
결혼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nuri
솔직히, 여기서 하나 홀에서 하나 가격은 똑같은데. 더 후회하나 안하나 차이라 생각해요. 저는 덜 후회하는 쪽을 택했어요. 축의금 보다, 내가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결혼식을 원했기에, 죽을 때까지 잘했다고 기억하고 싶네요. 아무나에게 다 청첩장 주는 것보다 꼭 와 줄 사람한테 주고 잘 맞이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축하해주러 오신 하객 얼굴도 더 오래 볼 수 있고요.
bony
저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결혼을 했으면 좋겠어요. 뿌린 게 많아서 받을 게 많은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굳이 홀에서 하는 게 의아해요. 어차피 둘이 결혼하는 거고 부모님들이 반대만 안 하신다면 작건 크건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해요. 허락을 안 해주시는 부모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설득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한 번뿐이 없는 인생인데 스스로가 주인공인 무대는 자기가 직접 꾸며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진제공:: 사진실 조누리 작가 www.sajinsil.com
인터뷰 장소:: 브림커피
Contact:: estday@estday.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