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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구 YANGGU Jun 25. 2018

나는 조종사의 아내다 - 암막커튼

낮인 듯 밤인 듯

입사 전 까지는 암막커튼의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다. 왜냐면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군다나 나는 12시가 되기 전에 자고 7-8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해가 뜰 때쯤 잠이 들고 오후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올빼미형의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규칙적으로 수면 생활을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입사 후, 시차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던 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비단 시차뿐만이 아니라 스케줄 근무의 특성상 아침에 자야 하는 때가 있기 때문에 암막커튼을 구매하였는데 지금은 암막커튼 없는 호텔에 하루만 묵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모두가 출근하는 7-8시, 동남아를 다녀오면 보통 이 시간에 퇴근을 하는데 묘하게 내가 '위너'가 된 기분이 든다. 밤을 꼴딱 새우고 왔으니 집에 들어오면 자야 하는데 환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쉬이 들지 않아 암막커튼이 필수이다. 또 미국 비행은 대부분 현지에 도착하면 아침인데 호텔에 체크인 후 씻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기 위해 암막커튼을 치는 일이다. 나는 우습게도 무서움을 많이 타 암막커튼을 치고는 스탠드를 켜고 자는데 어찌 됐든 밤 같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나는 비행을 하지는 않지만, 남편이 아침에 퇴근을 하거나 저녁 비행을 위해 낮잠을 자야 하는 때를 위해 안방에 암막 블라인드를 설치해 두었다. 물론 암막커튼만 있다고 무조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비행을 가야 한다는 긴장감에 선잠을 잘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남편의 편안한 비행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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