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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구 YANGGU Mar 30. 2018

조종사 부부의 여행 이야기 - 라스베이거스

미국의 기록

대한항공은 라스베이거스를 매일 취항하지 않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 비행은 자주 나오지 않는 편이다. 승무원으로 근무한 4년 동안 나는 딱 두 번 가보았다. 그래서 남편의 라스베이거스 4박 5일 스케줄이 나왔을 때 신나서 티켓을 예매했다(보통은 3박 4일 일정이다). 3년 만에 다시 간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년 투어부터 쇼 관람까지 라스베이거스 관광 필수 코스를 무리하게 진행했는데 웬걸, 세 달 뒤 라스베이거스 4박 5일 스케줄이 또 나왔다. 그래서 난 또 티켓을 예매했다. 세 달만에 다시 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이전 여행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왔다.



12월의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첫째 날에는 도착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쇼를 관람했고(라스베이거스엔 유명한 쇼 공연을 많이 하는데, 르 레브 쇼가 정말 재밌다!), 둘째 날엔 그랜드캐년 투어와 아웃렛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도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사진만 비교해봐도 다름을 알 수 있다. 3월의 라스베이거스 여행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나만 그런가?). 물론 날씨도 더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이미 관광 스팟을 모두 다녀온 우리는 느긋이 앉아서 분수쇼를 관람하기도 하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우리 직업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을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 올 수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사실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다. 원하지 않아도 스케줄이 나오면 일 년에 몇 번도 같은 곳을 갈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이 이유만으로 여행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지 않는 건 아니다. 인바운드(해외-한국 비행을 일컬음; 반대로 한국-해외 비행을 '아웃바운드'라 한다) 비행을 위해서이다. 해외에서 너무 무리를 하면 인바운드 비행이 힘들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여행을 할 때에 각자의 방식이 있는데, 여유롭고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필수 관광지는 모두 돌아보고 할 수 있는 체험은 모두 해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전자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사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즐기고 가는 것도 맞는 것 같고, 모든 곳을 다 가보지는 못하더라도 천천히 여유롭게 머무르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도 있다.


어떤 여행을 선택하든 여행은 즐겁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예쁘지 않을 지라도, 블로그에서 극찬했던 맛집이 생각보다 맛이 없을지라도 같이 있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이것이 나의 여행을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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