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구 YANGGU Apr 03. 2018

나는 조종사의 아내다 - 한국에서 보내는 기념일

1년에 생일을 두 번도 맞을 수 있는 이유

승무원으로 근무한 4년 동안 내 생일과 오빠 생일에 한국에 있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하루 이른 생일파티를 하기도 했고 뒤늦은 생일선물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나 기념일도 제 날짜에 챙겨본 적이 몇 번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긴 하다. 미국과 시차 때문에 분명 내 생일인 9월 23일에 한국을 출발했는데, 12시간을 날아서 도착해도 거긴 여전히 9월 23일 아침이었다. 생일의 또 다른 날이 밝은 것이다. 물론 남편 없는 생일이지만 말이다. 반대로 12월 24일에 미국에서 출발했는데, 한국에 도착하니 26일이 되어 아직도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공중분해된 적도 있었다.  


스케줄 근무는 장단점이 있다. 평일에 은행업무도 보고 병원도 갈 수 있다. 주말에 웨이팅이 기본 1시간 이상 되는 맛집도 기다리지 않고 갈 수 있고, 영화도 싸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없고, 스케줄 근무가 아닌 친구들과의 여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남편과 내가 항상 친구들(스케줄 근무가 아닌)에게 했던 말은 "너네끼리 먼저 정해! 나는 쉬게 되면 합류할게"였다. 


여하튼 결혼 후 내 생일과 남편 생일은 운 좋게도 한국에 있었는데, 처음 맞는 결혼기념일인 4월 1일에 연차를 쓸 까 하다가 4월 말에 가게 될 1주년 기념 여행을 위해 꽤 길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쉬지 않아도 1일 전후로 파티하자! 해서 쓰지 않았는데 마침 1일 오후 도착 비행 스케줄이 나왔다. 결혼기념일 당일에 같이 있을 수 있음에 기뻐하며 남편이 프러포즈했던 곳에 가서 저녁도 맛있게 먹고 결혼식 동영상도 보며 추억했다. 


한국이 아니고 남편과 함께가 아니더라도 뉴욕에서 맞는 새해, 12월에 여름인 호주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특별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곳이 어디던 더 특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함께 있고 싶은 날에 떨어져 있게 되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반대로 12월 31일이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개인에게 특별한 날이 아닐지라도 같이 있을 수 있으면 배로 행복하다.


남편에게 말했다. 1년에 제일 중요한 날인 내 생일에만 함께 있으면 된다고! 

작가의 이전글 조종사 부부의 여행 이야기 - 라스베이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