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
*참고로 이 글은 베로나에 대한 정보보다 베로나의 대한 나의 애정을 담은 글이다.
베로나는 이탈리아에서 요즘 말로 나의 '최애(최고로 애정 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두오모 성당에 대한 기대를 품고 처음으로 간 밀라노. 호텔에 도착 후 기장님들 중 한 분이 우리에게 물었다. 혹시 베로나에 가 볼 생각이 있으신 분이 있냐고. 베로나라는 도시를 처음 들어봤지만, 밀라노는 언제든 또 올 수 있는 곳이고(직항이 있으니까) 이때 아니면 언제 가겠나 싶어 같이 비행 갔던 언니와 둘이 기장님 네 분과 함께 다음 날 베로나를 가게 되었다.
처음 들어 본 도시라 방에 들어와 인터넷 검색을 하였는데, '줄리엣의 도시'라는 것 말고는 크게 정보가 없어 포기하고(비행 직후라 검색할 에너지가 없었다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베로나는 너무 아름다운 도시였고 우리를 데리고 간 기장님은 이미 베로나에 이미 다녀오신 베테랑이었으며 가이드처럼 우리에게 설명해 주실 정도로 이탈리아의 역사와 배경지식까지 해박하신 분(알고 보니 남편 선배였다)이었다. 로마 극장 등 로마의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으며,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많아 유럽 특유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베로나.
우연찮게 갔던 그곳, 같이 갔던 기장님들 네 분과 언니, 날씨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래서 남편과 다시 꼭 오겠다 다짐했었다. 사실 여행 코스에 내가 베로나를 넣었을 때 남편은 크게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도시라 크게 볼 것이 없기도 하고, 한국인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서 더 길게 묵자는 남편 말을 뒤로 하고 베네치아는 당일로, 베로나는 2박 3일 스케줄로 잡았던 나에게 남편은 베로나에서 매우 고마워했다.
첫째로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우리에게 추천해 주었던 레스토랑과 카페였다.
숙소 바로 옆에 있었던 이 곳들은 호스트 아주머니가 단골인 카페와 레스토랑이었는데,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아 영어가 통하진 않았지만 그 맛과 분위기만으로도 훌륭했다. 이른 아침, 출근하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원샷하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유를 즐기며 마시는 라떼가 얼마나 맛있던지. 또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은 어떻고. 와인과 메인까지 포함된 식사가 이탈리아 물가 답지 않게 저렴한데 맛은 아주 훌륭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베로나만의 분위기.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각 도시마다 매력이 다른데 베로나만의 여유로움과 아기자기함이 있다. 이것이 내가 남편과 이 도시를 꼭 다시 한번 오고 싶었고, 남편도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가 있었던 기간은 수학여행 시즌으로 학생들이 조금 많았지만 또 그만의 재미가 있었기에.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던 아디제 강, 친절했던 우리의 호스트(감사해서 김도 선물로 드림), 너무 맛있었던 레스토랑들까지! 날씨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우리의 베로나. 세번째 베로나도 언젠가 다시 남편과 함께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