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온 그 순간, 난 사업을 하기로 했다.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5년, 그리고 넘쳐나는 공산품 시장에서의 2년 반, 나는 쭉 마케팅을 해왔다. 강남에서는 성형외과 원장님의 돈을 벌어 주는 성형외과 마케팅 팀장으로, 성형시장을 떠나 차(茶)업계 공산품 마케터로 2년 반 동안 매출을 두배 이상 올려놓은 걸죽한 실력파 마케터이다. 지난 10여년간 쭉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기업과 의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주력했고 성공적이었다. 더 이상 남의 돈을 벌어주고 싶어지지가 않았다. 그렇다.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돈을 벌기로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 돈을 벌기로 작정하고 2주만에 회사를 나왔다. 속전속결이었다. 마케팅을 계속 해왔으니 광고기획사 혹은 광고대행사를 차렸다. 사업에 필요한 이런저런 준비들을 2주간 하게되었고 순조롭게 광고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 사업자 신청은 인터넷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혹시나 좋은 물건들을 팔 수 있게 될까봐 온라인 쇼핑몰과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세무 상담도 받았으며 법인으로 시작할 것인지 개인사업자로 시작할 것인지도 숱한 날들을 고민했다. 결국에는 개인사업자로 결정되었고 '영감쓰' 라는 광고기획사가 탄생되었다. 2019년 6월 9일 퇴사, 2019년 7월 1일 영감쓰 개업. 이 글을 쓰는 지금 꼭 1달이 되었다. 그간 몰랐던 세상 귀찮은 일들과 마주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다.
7월 1일 조촐하게 혼자서 개업을 축하하며 사무실 세팅으로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 개업 다음날 출근길 아버지의 직장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둘째날은 사무실이 아닌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기관삽관을 하고 의식이 없는 아버지를 두 눈으로 마주했다. 아무리 불러도 아버지는 대답이 없었다. 아버지는 근무 중에 심장이 멈췄고 주변 지인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다시 뛰게 된 상태였다. 하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 내 인생의 사업은 중단되었다. 부푼 꿈은 그대로 사그라들었고 4일간 세브란스 중환자실에서 나오실 아버지를 기다려야했고, 아버지는 일반병동으로 옮겨지고 지금은 퇴원하여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천운이 함께 했던 순간들이라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웃으면서 고스톱을 신나게 치고 있는 아버지가 언제 쓰러졌었나 싶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그렇게 개업 후 2주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 동안 일 했던 병원을 찾아갔다. 각별한 정이 있는 병원들이라 얼굴도 보고 광고회사의 오픈을 알리는 자리라고해도 무방하겠다. 원장님을 만나고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도 했다. 물론 마케팅 제안서나 회사소개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자리였다. 고개를 조아리는 성격이 아닌 나로써는 영감쓰에 마케팅을 맡겨달라고 일언방구하지 못했다. 병원에 있을 적에는 많은 마케팅회사의 사람들이 원장님 한번 만나려고 그렇게 애를 썼었는데 나는 영감쓰의 소개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게 7월을 흘려보냈다. 결과는 처참했다. 7월을 온전히 꽉 채워 보내고 영감쓰의 매출은 0원을 찍었다. 3개월은 매출이 없어도 사업준비를 하고 홍보를 하는 시간으로 설정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차업 1달이 지나고 매출이 0원 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스타일이 사업장에도 묻어나고 있나보다. 7월 매출은 평생 회자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며 매출도 없는 광고회사가 이렇게 시간내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다음을 위해서이다. 2019년 7월을 기억하기 위함이고, 8월을 열심히 달리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오픈 1개월차 기업로고도 만들었고 명함도 좋은 종이로 제작했다.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판매할 물건도 있다. 한달동안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본격적인 영업활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튼튼하게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라 생각하자.
사업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항상 그 자리에 기본적으로 있어야할 것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게 이야기하면 서류를 찝을 스템플러, 종이를 붙일 수 있는 스카치 테이프, 길이를 잴 수 있는 자 등등 모든 것들을 구매해야만 했다. 기존에 집행했던 광고들의 광고비 그리고 기획에 맞춰 아름답게 디자인을 해주었던 디자이너들 모두가 없어졌다. 이제는 혼자서 디자인, 광고, 회계, 프로그램까지 하려니 하루가 모자를 뿐이다. 8월에 계획된 매출이 250만원이다. 이렇게 하나씩 풀어나가다보면 매출이 늘지 않을까? 막연해도 어쩔 수 없다. 열심히 준비하는 수 밖에. 어렸을 적부터 꿈꿔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영에 감을 더하다. 영감's 의 탄생은 이렇다. 훗 날 브런치에 적었던 글들을 보며 그럴 때도 있었지 하며 웃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있다.
재밌는 일들을 꾸준히 벌여보겠다는 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전 조카가 추었던 헐랭이 댄스처럼 허를 찌를 마케팅 그리고 광고들이 되어보겠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상우야 크면 꼭 영감쓰에 입사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