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숲에 들다
올 봄에게 나는 불친절했다.
3월 초 망해사 복수초를 영접하고 사진에 담아 온 게 전부였다.
얼레지도 영춘화도 알현하지 못했다.
고고한 향기의 매화도 멀리서 나부끼듯 스쳤다.
발 밑의 봄까치꽃도 패스
요즘엔 꽃다지 꽃마리 뽀리뱅이 냉이꽃이 한창이지만
그마저도 눈팅으로 끝이다.
봄이건만 봄이 아닌 봄
수관에 물 오르는 소리 요란하고
우듬지에 직박구리 박새가 종일 떠들어도
시든 마음은 일어날 줄 몰랐다
그러다
문득 떨치고 나섰다. 봄 숲의 안부가 못견디게 궁금했다.
무뚝뚝한 가지에서 쏘아올린 봄
초록 별이 내려 앉은 봄 숲
햇 잎은 눈록과 유록을 지나 신록 입구에 도달했다
초록 비단이 감싸고 도는 봄 숲
구슬붕이. 남보라 빛 숲의 요정이다
청아한 물소리가 삶의 감각을 깨운다
숲은 저마다의 힘으로 저를 피우고 있었다
기대지 않고 바라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화엄의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초록 비단이 휘감고 도는 봄 숲
뿌연 먼지 뒤의 맑은 햇살이
술래잡기 하느라 하루가 가는 줄 모르고
봄 숲의 안부는
여전히 싱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