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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실 Sep 21. 2024

물봉선의  비결

물봉선이  피었다

요정의 고깔같은  뒤통수를  또르르 말고

물가에  흐드러진다

내가 그를 처음  본건   시골의  도랑가였다

쓰레기로 뒤엉킨  작은  물가에  점점이  뿌려진  

진분홍빛  물감들

설마  꽃이랴싶어  다가갔다

그런데  꽃이었다    만개한  꽃송이들은

얇은  바람 한 조각에도 군무를 추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몽환적이고  찬란한

존재의 아우라였다


그뒤로  가을의 기미가  느껴지면  물가를 찾았다

물봉선을 알현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지만

그마저도  싱겁게  끝나고 만다

물봉선은  우리 가까이서   생의  이파리를  흔들고  있다


가지산  자락   물가에  드문드문 피어 있는

물봉선을  보니  올  가을도   개막식을   끝냈다

내겐

물봉선이  피어야  비로소  가을이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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