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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실 Sep 07. 2023

조괴문

전기톱 소리와 함께 사라진 나의 느티나무에게


웅 우우 웅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종일 울렸다.

잊을만 하면 귓전에서 맴도는 모기 비행 소리처럼

간헐적으로 기분 나쁘게 들렸다.


그래도 밖을 내다 볼 생각을  안했다.

해야할 일 앞에서

내 궁금증은 포말처럼  부서졌다.


저녁 무렵

슬리퍼를 끌고 집밖으로 나갔다.

거기서....

나는 흡! 호흡이 멈췄다.


아파트 한 가운데  둥그런 화단

거기 서 있던...  17년간  내 눈동자를  사로잡았던

느티나무가 없었다.

집 한 채가 날아간듯 휑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느티의 밑동만 달랑 남아있었다.

......


종일 울렸던 기분 나쁜 소리는 

느티를 잘라낸 전기톱 소리였다.


나는 털썩 주저 앉았다.

만장도 없이 애도도 없이

차가운 전기톱에 무참히 잘려나간  나의 느티나무


싱그럽고 풍성하던 봄 날의 잎과

버석한 가을 바람에 나부끼던 갈빛 단풍

누구보다 먼저 피고

초겨울 입구까지  풍성한 잎새를  자랑했던

황금 나무  느티.


올해는 모진 풍수해로

가지가 부러지고 여름부터 누렇게 잎이 말라

볼 때마다 걱정했는데


관리실에서 치료하겠지

얄팍한 생각만 하고 지나쳤는데


눈물이 났다.

피붙이를 떠나 보낼 때의 아픔이 

다시 소환됐다.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슬픈 한계다


또다른 느티나무가 거기 온다 해도

나의 황금느티를 대신할 수 없다

이 지구상에 유일했던

존재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안녕 잘가

혼자 보내서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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