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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n 24. 2024

와다다다 소동

그리고 못난 자존심 

*와다다다: 고양이가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위아래로 뛰어다니는 행위. 와중에 많은 물건들이나 TV, 컴퓨터 등이 떨어지거나 부서질 수 있다. 


우리집엔 고양이 4마리가 거주하고 계신다. 그 중 터줏대감인 대철이(15세)는 밤이 되면 고양이들의 전매특허인 '와다다다'를 실행하곤 한다. 물론 밤 늦게 들어오는 집사를 맞이하러 버선발에 뛰어오는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건만 버선발에 밟히고 쓸려 망가진 전자기기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쓰라린 부분도 없진 않았다. 매번 중요한 물건을 고양이 발에 밟힐 만한 자리에 놓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깜박하고 놓아두면 그 새를 못참고 떨어뜨려 버리는 일은 마치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곤 했다. 


어젯밤엔 이 와다다다 때문에 아내와 본격 전쟁을 치룰 뻔 했다. 


문제의 대철이
문제의 대철이


자려고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대고 있었다. 그러다 창틀에 앉아있는 대철이를 보니 쓰다듬고 싶어져서 '우쭈쭈' '올랠래 올랠래' 하고 대철이를 불렀다. 대철이는 '와앙~' 하면서 한걸음에 내게 달려오려고 했지만 창틀이 조금 높았던지 아내가 작업하는 책상을 한 번 '쿵' 밟고, 다시 바닥으로 '콩' 점프해서 내게 달려왔다. 


문제는 대철이가 '쿵'하고 앉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아이패드. '쿵'과 '콩' 사이에는 불길한 소리인 '철썩'도 함께 했는데 바로 대철이가 책상 위에서 내려오면서 아이패드를 디딤돌 삼아 미끄러지듯 밀면서 내려온 것이었다. 아이패드는 마치 워터슬라이드를 타듯 빠르고 시원하게 전면부인 배때기부터 떨어졌고, '철썩'소리를 만들어냈다. 


문제의 iPad (아이패드)


불길한 마음을 안고 한걸음 내달려 간 책상 밑에서 주워올린 아이패드. 천만다행으로 아이패드 화면은 멀쩡했다. 그러다 문득, 왜 저 아이패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까? 중요한 물건이면 더 잘 보관해야 하는게 아닌가?


- 왜 그랬지,

- 왜 그랬지,

- 좀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속삭임이 커지기 시작했다. 


속에서만 울리던 속삭임은 커지더니 이윽고, 소리가 되어 흘러나왔다. 


"아니, 아이패드 뻔히 떨어질 수도 있는데 왜 맨날 저기 올려놓는거야?" 라고 뱉는 동시에, 아차! 

대체 이 말을 왜 한거지 싶었다. 내 아이패드도 아니고, 정작 당사자인 아내는 깨지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한참 전에 보고도 미리 치워두지 않았던 내 모습에 짜증도 나고, 내가 까먹었으면 너라도 치워둘 수 있지 않았냐는 마음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머리보다 마음이 빨리 튀어나가고 만 것이다. 더군다나 당사자는 괜찮다는데 나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뱉은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오바였다. 


역시나 아내는 바로 정색을 하며, 짜증을 쏟았다. 


아니 내가 괜찮다는데 왜 네가 난리냐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고양이가 떨어뜨린 건데 왜 그걸 자기한테 뭐라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


- 그래 사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데, 내가 나한테 짜증나기 뭐해서 여보한테 짜증을 낸거야...(미안...) 


그치만 이제와서 자존심 굽히고 미안하다는 말이 또 바로 안튀어나와서 변명+짜증으로 맞받아 치고 말았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아니 여보한테 뭐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봤을 때 치워뒀으면 이런 일이 안생기지 않았냐 이거지. 그냥 앞으로 누구나 잘 치워둬서 여보 물건이 안깨졌으면 좋겠어서 그런거야! (빼엑!)


황당하다는 듯 날 쳐다보며 아니 왜 짜증을 내냐고 언성을 높이고 있는 여보를 앞에 두고, 


- 아, 내가 미쳤지. 대체 왜 짜증을 여보한테 내는거냐, 미친놈이냐?


스스로 되뇌여보지만 이미 늦었다. 어떻게든 굽혀야 한다. 아니 이 멍텅구리는 왜 어먼 당사자에게 소리를 높여가지고 이런 일을 만드나 싶었다.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100번 생각해봐도 정말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뒤늦게 한참 후에야 정신차린 내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최대한 착한 모습과 목소리로) 정말 여보 물건이 안깨졌으면 좋겠어서 순간 당황해서 목소리가 크게 나간건데, 앞으로는 더 착하게 말할게. 미안. 


- 사실은 내가 나한테 짜증낸건데, 괜히 옆에 있던 여보한테 불똥이 튄거야. 미안. 


더욱 미안했던 건, 자기도 소리를 높여서 미안했던지 금새 옆에 와서는 자기도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여보. 


- 에휴...내가 못나게 자존심부려서 미안. 그래도 앞으로도 못날 일이 있을텐데...아니지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앞으로는 못되게 자존심 안 부릴게! 미안해, 고마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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