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푸드로 임명한다.
날이 제법 스산해졌다. 같이 식사한 동료의 표현을 빌리면 ‘배가 싸르르해지는 계절’이 왔다.(배탈 난 거 아녜요?라고 되물었다.)
오늘도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지만 유부우동이라면 과감하게 깨야지.
유부우동. 나의 소울푸드로 임명한다. 그걸 지금 깨달았냐는 동료의 말은 귀틈으로 듣는다. 쑥갓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한다. 입 안 가득 풍성한 풀향을 느끼고 싶다.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내가 먹는 유부우동 면은 쫄면이다. 쫀쫀해서 이로 끊기도 힘들뿐더러 목구멍에 잘 걸린다. 그럼에도 좋다. 혀로 눌러 으스러지는 밀가루 우동면이 아니라 좋다. 눅진한 유부도 좋다.
뱃고리가 조금 더 커졌음 좋겠다. 김밥도 가득 먹을 수 있도록. 오늘 대화는 이런저런 잡탕과 같은 대화였다. 잡탕식 대화는 좋다. 생각의 흐름에 충실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