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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Nov 01. 2024

'돌발성 난청'이 왔습니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지내야겠죠.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출근하려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한쪽 귀가 웅웅 울리는 거예요. 마치 화장실에 있는 느낌. 실제로도 세수를 하려 화장실에 있긴 했지만... 여하튼 기분 탓인가? 잠이 덜 깼나? 싶어 다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정말 웅웅하는 울림이 있고 목소리도 울리는 게 동굴 속에라도 들어온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쨌든 시간은 오전 5시 20분이었고, 당장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단 출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웅웅 거려 병원에 잠깐 갔더니, 귀가 부어서 그렇다고 푹 쉬라 하더라고요. 약 처방도 없어 '내가 별 것 아닌 거에 소란을 떤 건가?'싶었는데, 집에 오니 웅웅 울림은 더 심해지고 왼쪽 귀에 계속 웅-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건 좀 아니다, 심각하다 싶어 화요일에는 집 앞 제법 큰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돌발성 난청 아니면 비염이다."

깜짝 놀랐습니다. 돌발성 난청? 덤블링을 할 정도로 멀쩡했는데 갑자기 난청이라니요. 차라리 비염 때문에 귀가 이렇게 됐다 믿고 싶어 지더군요. 어쨌든 각종 항생제가 범벅된 약을 받아 들고 집에 왔는데, 수~목요일 오전 동안 컨디션이 제법 괜찮아져 기쁜 것도 잠시. 어제 오후부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웅웅 소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30대 초반에 다니던 대학병원을 다시 예약하고, 예전부터 다니던 작은 이비인후과를 갔어요. 청력검사부터 진행하더니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습니다. 왼쪽 귀가 오른쪽에 비해 청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다행인 건 그렇게 크게 나쁘지 않다는 거였어요. 다만 아쉬운 건 처음부터 청력검사를 했으면 지금 더 나빠진 건지, 좋아진 건지 알 수가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하시더라고요. (다른 두 병원은 반성하라!)


약봉투를 받아 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유독 멀더군요. 30살 끔찍한 이명(이것도 돌발성 난청이었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으로 꽤 고생했는데, 이게 6년이나 지나고 다시 찾아올지 몰랐습니다. 트라우마라고 하잖아요. 귓병에 대한 트라우마가 저를 괴롭히는 슬픈 오후입니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지내야겠죠. 평소대로 운동하고, 책 읽고, 잘 먹고, 잘 떠들고.. 내키지 않는 약도 잘 복용하며 그렇게 지내볼 생각입니다.

이 와중에 반만 물든 단풍나무를 찾아 한 장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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