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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릭 May 16. 2019

GOT 알못이 말하는 <왕좌의 게임> 현재 상황

뭐야 이렇게 끝나는 거야? 

(5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의 5화를 본 뒤 아내가 며칠 째 이야기 전개에 납득을 못하고 있다. 마지막 시즌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내는 이대로는 아주 실망스럽게 끝날 것 같다며 아쉬워하고 있고, 나는 그런 아내를 옆에서 보고 있기가 또한 안타깝다. 

그런데 사실 나는 <왕좌의 게임>을 단 한 회차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아내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현재 이야기 진행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드라마 문법의 관점에서 현재 상황이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본 내용들이다. 


내가 들은 바로는 존 스노우와 대너리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누가 철왕좌의 주인이 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 마지막 시즌의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펼쳐진 이야기는 둘 중 대너리스가 점점 열폭하면서 악당이 되어 가고 있는 반면 존 스노우는 자신이 철왕좌의 주인이 되려는 욕망을 가지지 않으면서 대너리스의 폭정에 조금씩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단 1회. 결국 대너리스가 악당의 위치에 서게 되고 존 스노우가 그녀를 물리치고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제 3의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철왕좌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를 차지하는 정당성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있다. 그리고 그 정당성을 확보 혹은 박탈하는 과정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성별 대결이기도 한데 여성 리더가 자기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고 결국은 스스로 지도자의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다. 이건 너무나 구태의연한 이야기고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고작 이러한 결말로 매듭지어진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노잼’이다. 

백번 양보해서 둘 사이의 대결이니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한쪽 손을 들어주고 다른 손을 내팽개쳐 버리는 것은 곤란하다. 혹자는 선한 캐릭터가 악당으로 변하는 이야기가 없지 않으니 이번 경우도 그런 맥락에서 보려고 할 수도 있다. 원칙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단히 섬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관객은 기본적으로 선한 캐릭터에게 마음을 주고 악한 캐릭터에게는 마음을 닫는다. 그런데 캐릭터가 선한 쪽에서 악한 쪽으로 옮겨 가면 그에 따라 관객도 허락했던 마음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갑자기 변절해버리면 관객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3은 제다이 꿈나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선인이 결말에 이르러 악인으로 변하는 이야기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 왕좌의 게임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스타워즈>에서 관객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에피소드 4~6을 먼저 본 관객들이 악당 다스 베이더가 탄생하게 된 사연을 프리퀄 형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에피소드 1~3을 보면서 처음부터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변한다는 걸 알고 또 그걸 준비하면서 보게 된다. 물론 여전히 그 변화, 혹은 변절이 안타까울 수 있으나 그 안타까운 느낌이 크면 클수록 작품은 잘 썼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어쩌면 <왕좌의 게임> 작가들은 처음부터 철왕좌에 오르는 권력 투쟁 자체가 허망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 게임에 참여한 그 누구도 절대 선도 악도 아닌 피도 눈물도 없이 권력욕에 사로잡힌 자들이며, 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할 인물은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려면 처음부터 느와르 장르로 그리거나 블랙 코미디로 접근해야 했어야 한다. 하지만 아내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객은 결국 마지막에 누가 왕좌에 오를 것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그중 어느 하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멜로드라마적으로 이 작품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드라마는 스포츠 경기와 달리 어찌됐든 우리 편이 이기면 그만인 게임이 아니다. (사실 스포츠 경기도 국가대항전이 아닌 이상 그렇지는 않다.) 설령 내가 다른 인물을 응원했더라도 최후의 승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가진다면 나는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응원한 인물이 그냥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정당성을 갖춘 상대를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이길 때 진정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존 스노우의 팬에게도 대너리스의 팬에게도 즐겁지 않다. 대너리스가 너무 어이없이 라이벌 관계에서 떨어져 나가 버리면 존 스노우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영광의 승리가 될 수 없다. 대너리스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배신감과 박탈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와서 작가가 ‘사실 대너리스는 악당이었어!’, ‘그 동안 틈틈이 떡밥을 던져 줬잖아, 눈치 못 챘어?’라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남은 1회차에서 최악의 결말에 이르지 않을 묘안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게 없다면 10년을 봐왔던 관객의 배신감과 후유증이 너무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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