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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 Dec 16. 2022

요가로운 다복

나는 요가하면서 산다 


그러던 내가, 요가를 가르치면서 비로소 그 순간을 즐기는 기쁨을 알게 됐다. 잘하려고 잘 보이려고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춤추듯 요가하고 노래하듯 명상을 이끈다. 현재 느끼는 것에 집중해서 함께 수련하다 보면 그때만큼은 회원 모두와 연결되어 하나가 된 것만 같다. 


<나는 요가하면서 산다>, 김세아 






누군가 나에게 취미를 물을 때면 난감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고작 둘러댈 수 있는 말이 책 읽고 글을 쓰는 일이었는데, 그 마저도 쓰는 글을 보여 달라고 상대가 요구할까 봐 당당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보다 부끄러웠다. 책을 읽는 일만 해도 그렇다. 타인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 나는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것’의 범주에 ‘독서’를 넣을 만큼 엄청난 독서량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한마디로 자랑할 만하지 못하기 때문에 ‘취미’를 묻는 질문에 어깨가 움추러 들었다. 


그런 내가 최근에 누군가가 취미를 물어보자, 나도 모르게 ‘요가’ 라고 대답을 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스스로 입 밖으로 공표를 해버렸다는 것만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느 때와 같은 공포가 엄습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에게 얼마나 요가를 잘하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요가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안내자가 되려고 하는 거냐고 물으면 어쩌지. 


그 날 온갖 생각들로 머리를 굴리는 나를 가만히 몇 초간 바라보던 이는 무심코 다른 이에게 ‘취미’에 대한 질문을 패스했고, 우왕좌왕 하던 내 안의 세포들은 일제히 뒤통수를 맞은 듯 멍 해졌다. 딱 그 정도의 호기심이었을 뿐인 것을. 그 질문의 대답에 나는 너무 많은 책임을 느끼고 혼자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요가 수업을 들을 때면 언제나 온몸에 진땀이 날 만큼 버겁다.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꽤 된 것 같지만 내 몸은 여전히 목석 같다. 최근에는 생업에 쫓기다 보니, 다니던 요가 수업도 거의 못 가게 되었다. 하루의 노동이 묵직하면 거실 바닥에 매트를 펼치는 일조차 부산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고요해지고 싶은 가열찬 휴식의 욕망이 나의 취미도 찬밥 신세로 전락시켰다.

어렵게 늘려놓은 근막이 다시 온 힘을 다해 굳건 해진 것이 느껴지면 속이 상하고 만다. 


김세아 작가의 단어들을 차근 차근 읽어가다가 무릎을 쳤다. 내가 요기가 되기 위해 요가를 수련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저 수련 시간에 마주하는 한계들을 더디게 건너가는 ‘나’에게 희열을 느끼고, 그저 오늘의 ‘내 몸’을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기 위해서 돌보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시간 중에 찾아오는 고요와 평화를 애정 할 뿐이다. 


잘 하고, 잘 보이고 싶은 내 안의 인정욕구가 나의 취미까지 잠식할 뻔했다.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 내가 찾은 ‘나’는 과연 ‘나’의 전부일까?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릇에 담긴 물처럼 자유롭다. 그 난해한 반복의 과정을 걸어가는 나의 방정식 중의 하나가 요가다. 그러니 자세가 출중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결에 맞는 길을 찾아 풀숲을 헤치며 길을 내어 걸어가겠다고 다짐한다. 노랗고 파란 책의 표지를 여러 번 쓰다듬는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 마다 이 책을 들쳐 봐 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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