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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zich Nov 08. 2017

[IdeasCity]"Space to Place(4)"

루트임팩트 컨텐츠 크리에이터,@yonzich의 뉴욕 출장기 - 4/4

[마지막회] And, 그리고 다시 성수동.


 약 한 달 여간 기억을 더듬어가며, 머리를 짜내며 만들어 온 나의 뉴욕 출장기가 이제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다. 첫 회에서는 도대체 왜 출장을 떠나게 되었는지, 두 번째 리뷰에서는 IdeasCity가 어떤 행사인지, 그리고 저번 출장기에서는 IdeasCity의 Placemaking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회에서는 시카고와 뉴욕에서 우리가(with 서소령 디자이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회고해보려 한다. 뮤지엄 소파에 앉아서, 호텔 방 바닥에 맥주를 까며 취해 나눈 이야기들이 어쩌면 같은 주제로 성수동에서 나눴던 이야기들보다 조금은 더 솔직하고 허심탄회했으니. 나의 시각에서 본 Brand New Conference와,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풀어내보도록 하겠다.




- 디자이너의, 디자이너에 의한, 디자이너를 위한 Brand New Conference  -

 

일정이 담긴 인쇄물 디자인. 명색이 Brand New Conference여서인지 어느 하나 간단히 만든 게 없었다.

 

 언젠가 앞에서 언급했듯, 이번 출장은 서소령 디자이너의 타겟인 시카고의 Brand New Conference(이하 BnC))에 참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출장을 떠나기 전, 나(@yonzich)는 BnC라는 컨퍼런스 컨텐츠의 운영방식에 초점을 맞춰보고 소령은 BnC의 내용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행사에서의 아쉬운 점을 함께 서술하기보다는, 배울만한 것들을 위주로 이야기해보겠다.


1) 참가자를 위한 케이터링

 행사장 안을 들어서니, 참가자 100명을 위해 로비에 세팅되어 있는 과일과 요거트가 눈에 띄었다. 굳이 줄을 서거나 접시를 사용하지 않아도 하나 둘 씩 가져가서 베어 물면 그만인 사과와, 요거트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행사 때만 되면 어떻게 하면 다양한 메뉴를 케이터링할까 고민하던 그림과는 상반되게 매우 단순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과일과 요거트를 간단히 들고 컨퍼런스로 입장하여 접시 없이 자리에 앉아 손쉽게 먹을 수 있었다. 과일의 경우 다양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라는 점에서 자칫 누군가의 선호만 반영하게 되는 결과도 없앴다. 행사의 성격과 시간,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겠으나 비용을 써야 한다면 #건강 #보편적취향 #간편함 을 모두 잡을 수 있게 기준을 잡고 담백하게 준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와 줘서 고마워, 그런데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보통 일정 규모 이상의 컨퍼런스에서, 행사에 대한 개요와 진행 순서를 간단히 브리핑 받고 시작을 알리는 셀레브레이션과 함께 연사들의 스피치를 듣게 된다. 더불어, 컨퍼런스에 와 준 참가자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BnC의 수 많은 장점들 중 사소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현장에서 컨퍼런스를 돕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감사를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리셉션에서 접수를 받고, 컨퍼런스 기념품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비를 다루는 사람들까지 당일 컨퍼런스를 가능케 한 사람들의 풀 네임이 대형 스크린에 띄워졌다. "2017년 시카고 BnC가 있을 수 있도록 함께해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부탁드린다"는 진심어린 진행자의 코멘트도 빼 놓지 않았다. 


3) 'Old Skool'과 '용기있는 영향력'에 대한 찬사. 

 컨퍼런스 첫째 날, 마지막 세션을 장식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Susan Archie, 그리고 또 하나는 Miski Noor였다. 수잔은 앨범 커버디자인을 통해 그래미 수상을 했던 원로이고, 미스키는 Minneapolis를 무대로 흑인 이슈에 대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여성 흑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다. 

 현업에서 한 발 물러난 원로와, 디자이너가 아닌 연사를 1일차 피날레에 연사로 배치한 구성이 궁금했으나 이내 의문이 풀렸다. 

 Susan이 했던 앨범디자인은 어쩌면 이제 사향산업이 되었으나 그 접근방식과 노하우는 오히려 '경험'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성질이기에 그녀가 아니면 아무도 해 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표현 상 '소셜섹터'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우리가, 올바른 혁신과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던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면 그 공통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 대목이다. 

 Miski가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디자인의 혁신을 넘어 사회변화의 차원에서(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사회변화를 덜 가져온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용기있는 실천을 이뤄내고 있는 그녀의 사례가 결국 세상의 모든 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목표임을 알려주는 듯 했다. 


4) Good Vibes, Good Society.

 디자인이 중심이 된 컨퍼런스이지만, 오히려 BnC의 많은 스피치 곳곳에서는 좋은 디자인의 과정과 결과가 더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발견은, 곧 우리의(루트임팩트) 비전과 미션이 '그 어느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이른바 소셜섹터에서 흔히 회자되는 것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위한 가치'와 관련된 개념들이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섹터 내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내재적으로 강조해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으나,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손을 잡고 외연을 넓히기 위해 취해야 할 우선적인 언어는 아닐 것이다(우리의시작과그들의시작은다르다). 루트임팩트는 모든 사람들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이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실천을 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이를 확산해 나가는 것은, 결국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접촉면을 넓힐 때 가능하다. 매우 지난하고 때로 힘들지라도 우리는 몰랐던 사람들, 그리고 관성적으로 피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해야만 한다. 





- #시카고 #현대미술관 #수다 -


 첫 출장 도시인 시카고에 도착한 우리는 Brand New Conference가 열리기 전 날 시카고 현대미술관에 들렀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의 특별전이 진행중이었고, 덕분에 건물 외관에서부터 형형색색의 컬러가 디자인되어 있었다. 건물에 들어선 이후, 클립 형태로 부착할 수 있는 입장권, 일관된 타입이 적용된 사이니지와 안내문, 층별 인포데스크마다 비치되어 있는 휠체어 대여소, 여백을 충분히 활용한 전시관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부러움 반, 즐거움 반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잠시 작품 앞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출장을 함께 해주어 고마운, 그리고 앞으로도 고마울 동료 서소령 디자이너(左)와 나(右)


  

소령

 난 여기 와서, 일관된 디자인과 타입이 주는 안정감도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이걸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은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계속 똑같은 폰트 쓰고 비슷한 디자인만 하니까. 예전에 그런데 선문 님이 그런 얘기 했거든. 정말 만드는 사람이 제일 지겹다고. 하지만 무라카미 타카시도 그렇고, 일본이라는 브랜드도 그렇고 정말 일관성있다는 게 대단해.


용직

 루트임팩트도 뭔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요소로서 특정 Core Value를 만들어내고 나면, 어쩌면 그 이후가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 그 Core Value를 유지하면서도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변주를 해 내야 하니까.


소령

 변주를 줄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 있는 걸 계속 써도 모자라는 판에. 그래서 헤이그라운드를 생각했지. 만들어진 폰트를 적극적으로 써야겠구나.



용직

 그래서 어쩌면, 루트임팩트의 Core Value를 만들어가는 지난한 과정 속에 아직은 초반일지도 모르는데 자꾸만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을 잘 다지는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할 것 같아. 오늘살롱같은 경우도 다양한 시도를 해 봤지만 이제는 정착을 해야할 것 같고.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분명히 우리로서는 의도치 않게 유실하는 것들이 생길테니까. 나는 지금 생각으로는 기능을 좀 많이 뺐으면 좋겠어. 오늘살롱과 관련된 컨텐츠들은 사실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감이 있어. 체인지메이커도 소개해야 하고, 심지어 그 어려운 걸 우리는 쉽게 이야기해야 하고, 한편 또 최대한 대중적으로 접근하려 하니까. 홈페이지도 마찬가지고.


소령 

 그래, 덜어낼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 루트임팩트를 비롯하여, 우리가 함께 있는 '소셜섹터'의 특징이기도 한데- 하고 싶은 말과 정보가 많다보니까 그것들을 모두 설명하고자 한다는 거야. 물론 아직 섹터가 더 커지기 전이기에 정리가 필요한 과정일수도 있겠지만 분명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봐.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도 그렇고, 오늘살롱도 그렇고 기획 이후에 이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게' 전달하기에는 많이 덜어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미비된 점이 있었던 것 같아. 



그냥 거울보고 찍은 것 같지만, 시카고 'The Bean'에 비추어 찍은 사진.



용직

 가볍게 살롱에 사람들이 왔는데, '어? 뭔가 있나보네? 이게 뭐지?' 정도의 단상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단일한 주제의 컨텐츠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의미와 그것을 불어넣을 대상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애초에 좀 약점이 있어. 많이 덜어내고, '그것(컨텐츠)' 자체가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체인지메이킹을 담고 있어야 해.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가벼운거야'라고 말하지만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겁게 느낀다는 걸 지속적으로 상기해야 한다고 봐.


소령

 타겟 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정말 잘 짜야겠지. 무거운 걸 무겁게 말해야 하는 타겟이 있는 반면에, 오늘살롱같은 경우는 반대로 가볍게 가도 되는 거니까. 


용직

 사업 상 봤을 때는, 임팩트베이스캠프, 임팩트커리어, 헤이그라운드, 디웰하우스 모두 어느정도 이 섹터에 인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타겟인 거니까 좀 무거워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오늘살롱을 포기하지 못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거든. 가장 확장성이 있는 공간이고, 그래서 우리가 하는 사업 중 가장 유연한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니까. 조금 더 뚜렷하고, 진정성이 잘 보이는 사업들에 비해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상당히 어렵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 너와 얘기하다 보니까 돌아가서 제대로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들어.


소령

 그래서 우리가 아예 몰랐던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그 사람들의 관점을 들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저번에 5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에서 아예 다른 분야에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연사로 참여하니까 오히려 소셜섹터와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보였던 것 처럼. 


 


쌩뚱맞지만 가장 선명히 기억에 남는 건 시카고에서 게눈 감추듯 먹은 딥디쉬 피자이다. 45분을 기다려서 먹었다.

 


 약 10일간의 출장에서 돌아온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얼마나 정리해내고 있을까. 하고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말을 골라 정리해내는 것이야말로 꼭 필요한 일이다. 하고싶은 말을 조리있게, 빼놓지 않고 큰 그릇에 가득 채워 담아내면 참 만족스러웠던 때는 지났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혼란했던 상반기가, 동시에 혼란히 결정했던 출장이 꽤 많은 태도들을 바꿔냈다. 선택의 기준이 모호할 때, 나에게 던져야 할 질문의 리스트도 조금은 늘어났다. 타겟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믿었던 결정들이 아직은 많이 부족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를, 분리된 컨텐츠에 불어넣기보다는 이미 그 의미를 담고 있는 컨텐츠를 어떻게 활용할지 먼저 생각해봐야겠다는 판단도 든다. 


 지난 네 편의 브런치는, 출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 좋았던 경험들을 잊지 않고자 기록해두려는 의도도 담고 있었다. 적지 않은 미래에 #공간과_장소 #하고싶은_것과_해야만_하는것 등에 대한 고민과 혼란이 찾아올 때 다시 꺼내어볼 수 있는 지표가 어렴풋이 생긴 것 같아 못내 기분이 좋다. 더불어, 미흡한 글임에도 흥미롭게 읽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출장기를 마친다.




                                                                                                                                                          - 4/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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