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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beom Shim Sep 09. 2022

7.라우터 커피

의구심이 가능성으로?





라우터 커피에 다녀왔습니다.






라우터 커피에 몇차례 방문을 했습니다.

라우터에 다녀올때마다, 수많은 질문을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외진곳에 이런 컨셉의 카페가 과연 성공할까? 해맑게 웃는 오너바리스타의 얼굴을 바라볼때면, 과연 이곳을 소개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치와 컨셉 모두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는 곳입니다.


일단 연희동에서도 위치가 너무 외집니다. 가는길에 지쳐서, 되돌아간 적도 몇번 있었고, 특히 차량을 가지고 이동하지 않는 날에는 아트막한 연희동 언덕길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지도를 보고 확인하면 사러가마트를 비롯한 연희 블루바드에서 멀지 않은곳이지만, 갑작스럽게 조용해지는 주택가에 들어서면, 왠지 커피숍을 찾는 것이 불경해 보이기도 하지요.





거기다 콘셉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요.


라우터 커피는 단언컨대,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우주를 포함해서도 가장 많은 커피메뉴를 가지고 있는곳입니다. 저기 앞에 커피리스트가 보이시나요? 어림 짐작해도 30가지 종류가 넘습니다. 나름 한국 그리고 전세계의 커피 매장을 다녀봤지만, 전세계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는 곳은 처음입니다. 심지어 생두회사들도 이렇게 많은 원두를 비치하고 있지 않지요.  





거기다 매장은 왜이렇게 물건이 많은지요. 마실수 있는 싱글오리진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원두 종류도 어마어마합니다. 거기다 책까지. 저는 카페에 책이 많은 걸 좋아하지만, 이렇게 책이 많은 카페는 ( 출판사의 북카페를 제외하고 ) 처음 봤습니다. 심지어 모든 책이 오너바리스타의 손때가 묻어있는 커피, 음식, 와인 책입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커피 책들은 여기에 모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 갑자기 급호감 )






공간은 당근 좁습니다.

방문한 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히면서 한참을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진의 빈자리도 잠시만에 다른 분들이 오셨구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카페가 잘될수 있을까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카페 창업 컨설턴트들이 가장 피하라고 하는 형식입니다. 외지고, 좁고, 어둡고, 메뉴는 많습니다만, 이상하게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이 많았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커피가 맛있습니다. 

두명의 바리스타는 정말 커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게 맛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매우 빠르게 유행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라이트 로스팅이 유행했고, 한동안은 꿀맛같은 강배전도 유행하고, 다양한 프로세싱이 유행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유행은 대회의 결과에 매우 중요합니다만, 유행하는 커피와 진지하게 노력하는 커피는 무언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트렌드와 완전히 동떨어진 커피를 최고라고 소비자들을 계몽하고 싶어하는 커피인들은 문제가 있습니다만, 진지하게 노력하는 커피인들을 알아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것 같습니다. 





이날은 라이트 로스팅 아메리카노와 강배전 아메리카노를 마셨습니다. 

결론은 둘다 맛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무언가 매장의 분위기와 지향점이 있기에 둘중의 하나는 심리적으로 거리기 쉽지만, 두가지 커피 모두 맛있고 훌륭합니다. 






거기다, 친절합니다. 어찌 보면, 이곳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과도한 친절과 친절사이에서 혼란을 겪은 경우가 많습니다만, 라우터 커피는 정확하게 인간적으로 손님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친절이 배어있습니다. 물론 커피 가격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외관과 달리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충분한 가격을 하고도 남았습니다. 


커피업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존중, 손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지요. 라우터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면 항상 기분이 좋아집니다. 당연하지요. 저는 커피 컨설턴트가 아니니까요. 좋은 커피와 불편하지만, 안락한 분위기, 손님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니 당연한게 아닐까요. 새삼스럽지만, 참 어렵습니다. 라우터 커피에서 앉아 있으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로컬, 단골 손님들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로컬들이 꾸준하게 많이 오는 매장은 처음입니다. 예전 경주 커피 플레이스에 처음 갔을때의 느낌이랄까요? 


( 사견입니다만, 가끔씩 로컬 매장들이 단골 손님들을 집토끼처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마음은 다들 똑같나봅니다. 대부분 그런경우에는 결과가 안좋아지더라구요. ) 








라우터 커피는 소리소문 없이 단골들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스터기도 대용랴으로 업데이트했고, 안정적인 커피 품질 뿐만 아니라 물량도 많아졌지요. 로컬의 손님들도 물량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르신들도 참 많아요. 아마도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은 곳은 약수동 리사르이후에 처음이었습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성장하고, 손님들과 교감하는것이 참 쉬운듯 어렵습니다.   꾸준히 본질을 지키고 성장하는 라우터 커피 덕택에 잠시나마 커피한잔과 함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예습, 복습 꾸준히 하는것이라는 공부의 평범한 진리듯이 카페도 따지고 보면 비슷합니다.  맛있는 커피와 좋은 분위기를 느끼고 돌아오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 저기 가운데 있는 책은 참 재밌어 보입니다. 다음에 책을 보러 다시 가야겠습니다. ) 




싸모님과 돌아오는 길에, 연희동 진미에서 탕수육과 짬뽕 짜장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탕수육을 잘하는 곳이 많기는 한데, 제생각에는 이곳과 신성각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8천원짜리 짬뽕도 후덜덜 하지요. 


모처럼 싸모님과 연희동 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싸모님과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니 힘이 나서,  넘 많이 걸었습니다. ㅠㅠㅠ  과유불급입니다. 오늘은 허리, 무릎, 어깨까지 뭉치고 쑤시는 군요.  건강한 추석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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