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가봐야할 카페?
내셔널 갤러리에서 나와, 피츠로비아 지역으로 이동했다.
피츠로비아는 옥스포드 스트릿에서 북쪽지역으로 런던도심에 가까우면서도 뭐랄까 조금씩 한가해지는 동네이다. 지도상의 위치를 보면, 한국의 연남동, 뉴욕의 소호, 샌프란시스코의 미션지구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도심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지요. 실재로 분위기도 비슷하다. 도심공학에서는 이런 지역이 슬럼화와 재개발, 문화지역으로 반복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매장은 런던 피츠로비아 주민들이 사랑하는 카페인 Kaffeine 카페이다.
Kaffeine이 유명한 이유는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죽기전에 가봐야할 카페' 라는 내용 때문이다. 원문으로는 세계 최고의 카페라는 제목이었는데, 부제목이 자극적인 덕택에 한국에서 많이 소개되었다. 원문의 출처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수의 온라인 잡지들이 인용을 많이 해서 화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자극적으로 풀어나가는걸 좋아하지 않는데, 카페인의 경우는 런던의 최고 매장이 아니지만(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발전한 런던에서 최고의 매장을 손꼽는다는게 정말 어렵다.) , 피츠로비아 주민들이 애정하는 지역 카페로 소개되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매장의 규모는 매우 작다. 영국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호주의 영향으로 ( 호주출신 바리스타들이 영국으로 역귀성 경우가 의외로 많다. ) 대부분이 음식과 커피를 겸하는 편인데, 카페인은 가벼운 스낵에 가깝다. 노트커피가 음식의 비중을 높인데 비해서 카페인은 아직도 부담없이 커피와 쿠키와 같은 가벼운 스낵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피츠로비아 지역 주민들이 주말이면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경우도 많다.
카페인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6년전에 처음 ( 카페인은 6년이 조금 넘는 나름? 신규 매장이다. ) 방문했을때,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과 대화를 정말로 즐기던 바리스타들 덕택이다. 이날은 매장의 주문이 많아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매장의 분위기가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과 바리스타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분위기랄까? 최근 일부 매장에서 힙함을 컨셉으로 가급적 의사소통을 바디랭기지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는걸 생각하면, 좋아하는 주제로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것 같다.
카페인의 또 다른 추천이유는 스퀘어마일 커피 로스터.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던 커피 로스터이다. 한국의 센터커피 박상호 씨가 오랫동안 근무하던 곳이고, 커피 천재 제임스호프먼이 있는곳이다. 커피의 본질인 향미 뿐만 아니라, 특유의 달콤한 스윗니스를 일관되게 표현하는 곳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 최고의 로스터로, 한때는 영국 스페셜티 커피의 대부분이 스퀘어마일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런던 스페셜티 커피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부분이 직접 로스팅을 시작해서 자주 만나기가 힘들었다. 모처럼 맛있는 스퀘어 마일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매우 컸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시네소. 아마도 스퀘어마일이 시네소와 연결이 됬던걸로 기억한다. 라마르조코의 계열사 직원들이 창업한 시네소는 라마르조코의 디엔에이를 가지면서 안정적이고 다양한 변수의 추출을 가능하게 하는 머신이다. 가격이 조금 비싼걸 제외하고 모든 면이 만족스러운 머신이다. 그라인더는 시모넬리 미토스원. 단맛과 향미 모두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브루잉 커피는 EK. 두말의 여지가 없다.
바깥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잠시동안 커피를 마셨다. 로컬들이 사랑하는 카페에 낯선 이국 동양인이 찾아와서인지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지는 분위기랄까? 코로나 이후 중국, 일본 사람들이 없어지다 보니, 현지인이 아닌 ( 보통은 의상, 분위기 등으로 로컬과 차이가 나는것 같다.) 아시아인은 살짝 조심스럽다. 이 시국이 언제 끝이 날까?
커피는 블렌딩 에스프레소.
특이하게 냉침한 차를 함께 제공한다. 예전에는 콜드브루 커피를 시음용으로 제공했는데, 뭔가 손님을 환대하는 느낌이랄까? 사소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영앤도터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스퀘어마일 레드브릭 블렌딩. 완전 맛있다.
스퀘어 마일이라는 의미는 영국 커피하우스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이 되었다. 차의 나라 영국을 생각하지만, 실재로 영국의 커피 하우스는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근대화의 시기에 영국에는 커피 하우스가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커피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기에 당시 시민들은 런던의 커피하우스를 페니유니버시티 ( 커피값 1페니로 대학과 같은 지식을 배울수 있는 곳 ) 이라는 애칭이 있었다. 당시 런던 최초의 커피하우스의 이름은 로이드. 당시 커피하우스에 대화를 나누던 지식인들인 당시 최첨단 사업인 해상보험 회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세계 최초의 해상보험 회사 로이드는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 시작을 했다. 이외에도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시내 특정구역 ( 한국으로 하면 명동주변의 은행가 )에 몰려있어서, 당시 커피하우스들이 몰려있는 1평방 마일 지역 ( 스퀘어마일 ) 자연스럽게 지식인과 경제인의 중심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슬슬 카페인 빨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스퀘어마일 커피는 참 맛있다. 과일같으면서도 청초한 꽃이 연상이 되고, 초콜릿과 같은 질감과 달콤한 쿠키까지 연상이 된다. 거기에 카페인의 에스프레소 추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좋았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약 4배정도의 물을 반드시 마신다. 이제 다음 여정을 향해서 출발.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 일정이 부담이 없다.
주차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매장앞에 주차는 좀. 다들 비슷한것 같다.
커피 마시고 다음일정으로. ( 옆집이 나름 괜찮은 맥주집으로 보이는데, 낯술은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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