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안들어요."
부모라면 최소 한번쯤 이런 말을 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에게 '왜 이렇게 말을 안듣니'라고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도 오늘 아이에게 '엄마 말 좀 잘 들으면 좋겠어'라고 무심코 말해놓고
슬몃 놀랐다.
왜냐면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잘 듣는데 또 잘 들으라니!
사실 아이는 늘 내 말을 잘 '듣고(listen)'있다.
이 장면에서 부모의 말은 대개 요청이나 지시이고
아이에겐 그 말을 듣었지만 그대로 행동할지/안할지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
즉, 우리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말을 '전달' 하는 것까지이고
그 말에 따라 아이가 행동하도록 할 순 없다.
그런데 우리말은 참 신기하다.
보통 우리가 '말을 안듣는다'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내가 지시하거나 요청한 것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언어는 생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말을 들으면(listen) 무조건 그렇게 행동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