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사는 법
상담에 가면 자꾸 과거 얘기를 물어서 불편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예를 들어 현재 연인 관계에서 고민이 있어 상담을 찾아갔는데
가서 상담을 하다보니 현재 연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 보다
과거 지나간 연인 관계나, 나아가서는 부모님과의 관계를 자꾸 물어서
'왜 이 얘기를 할까?' '내가 지금 고민인 건 지금 연인과의 관계인데' 하면서
뭔가 궁금하기도, 한편 마음이 편치 않게 되는 것이다.
상담 이론에 따라 '과거'의 중요성은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 된다. 프로이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정신역동 이론에서는 '과거'가 매우 중요하다.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면 과거 중에서도 초기 3년~6년 정도, 즉 출생부터 3년까지의 경험이 어떠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과 인성이 결정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현실치료나 해결중심, 게슈탈트 이론들은 정신역동 이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과거 보다는 '지금 여기'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떤 이론적 접근을 취하든, 상담에 가면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과거는 어땠는지에 대해 종종 묻는다.
상담자가 취하는 이론적 지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만약 연인관계가 고민이라고 하면
상담에서 자연스레 이전 연인관계는 어땠는지
생애 첫 관계인 부모와의 관계는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렇게 과거를 탐색하는 것이 '원인'을 찾고자 하는 접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과거 이런 경험 때문에 그래' 라는 접근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의 현재 어려움은 과거의 어떤 경험 '때문에'라고 이해하는 과정은 상담의 일부가 될 순 있지만, 그것이 핵심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현재 연인관계에서 버림 받을까봐 불안하고 그래서 자꾸 매달리게 될 때,
그것은 과거 연인 관계에서 내가 갑작스레 버림 받았던 경험 '때문'이라고
어렸을 적 엄마가 자꾸 나를 두고 몰래 집을 나가 버렸던 경험 '때문'이라고
이해하게 된다고 해보자.
자, 그럼 뭐가 달라지나?
'아~ 내가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나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순 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그 과거의 경험을 없애거나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당장 내 앞에 펼쳐진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다.
현재 연인관계에서 매달리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변화해야지
이전 연인에게 왜 나를 버렸냐고, 엄마에게 왜 나를 두고 집을 나갔냐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
그렇기에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 어떤 경험 '때문에'가 아니라
그 과거 경험이 지금 현재의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영향'에 대해 이해하고 그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연인관계에서 전화를 받지 않을 때마다 나는 무엇을 경험하나?
그 때 나의 마음은 지금 현재에 있는가?
연락이 닿지 않을 때마다,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나타나 지금의 나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인이 전화를 받지 않을 뿐인데
어렸을 적 엄마가 집을 나가, 어찌 할 줄 몰라 세상이 무너질듯 막막한 어린아이가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가?
과거 '때문' 보다는 그 과거가 현재의 나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 '영향'을 줄이거나 벗어나는 것
그것이 '지금 현재'를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과거는 지나갔다.
나에게는 지금, 현재 뿐이고
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과거 아니라 지금, 현재다.